주5일근무제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모든 산업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속산업 노사가 산별교섭에서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 저하없는 주5일근무제 시행에 전격 합의한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당장 현대와 기아자동차가 똑같은 요구를 내세워 총파업에 들어갈 태세이고 금속노사 산별교섭에 반대한 40개 업체에서도 무기한 파업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10월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월차휴가 폐지, 여성의 생리휴가 무급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5일근무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여·야당이 지금까지 거의 10개월이 되도록 처리하지 않자 금속업계가 산별노조의 힘에 밀려 이처럼 합의한 것이다.
사실 주5일근무제 도입문제는 오래 전부터 노동계의 요구도 있었지만 지난 2000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정치권이 주5일근무제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것은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의식, 노동계의 눈치를 보느라 미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5일근무제는 비록 노동계가 임금수준은 그대로 유지한채 근로시간만 단축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시장 경제원리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경영계의 주장대로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임금을 줄여 시행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미흡하기는 하나 이러한 원칙을 다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5일근무제의 가이드라인으로 하루빨리 법제화되기를 바라 왔다. 그럼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10개월 동안 3,4차례의 토론과 공청회만 실시했을뿐 여야가 모두 노사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구실로 정부가 제출한 법안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한 직무유기로밖에 볼 수 없다.
본란은 지난 16일에도 기업투자 활성화의 핵심은 노사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주5일근무제가 입법화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하반기 기업투자 활성화 대책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여야가 이 점을 깊이 인식, 주5일근무제의 법제화를 서둘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라는 오명을 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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