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착한 분이었는데?`.”
정몽헌(MH) 현대 회장의 급작스런 타개소식을 접한 박세용 전 현대상선 회장(사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박 전 회장은 잠시후 몸을 추스린 후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개인적인 볼일로 일본에 있던 그는 지난 4일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의 정회장 빈소앞에서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박 전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지시로 MH가 신입사원때 함께 한달간 세계 주요 선주사들을 만나면서 세계일주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며 정회장과 함께한 30년을 회고하면서 정회장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박 전 회장은 MH는 물론 왕회장이 총애한 가신이며 그룹종합조정실장, 현대상선, 현대자동차, INI스틸 회장 등을 거친 ‘스타 전문경영인’이다.
MH와 박 전 회장과의 인연은 MH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못지않은 끈끈한 관계다. 지난 75년 정회장이 학교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 조선영업부에 신입사원으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 그는 정회장의 직속상사인 조선영업부장이었다.
이때부터 두사람은 경영동지로 3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한다. MH가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겨 잠시 떨어져 있었지만 정회장이 81년 현대상선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박 전 회장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해 그는 현대상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MH와 박 전 회장은 사장과 전무로, 회장과 사장으로 당시 선두업체였던 한진해운을 제치고 국내 최대선사와 세계 10위권 글로벌선사로 도약하는 ‘현대상선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박 전 회장은 “정회장은 명예회장님(정주영)이 남달리 총애해 일찌감치 최고경영자(CEO) 경영수업을 받게하기 위해 신입사원부터 출발시켰다”면서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전문 CEO로서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MH가 당시 부채가 많은 현대건설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살리기 위해 노심초사했으나 IMF 등 경영환경이 도와주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전 회장은 “MH가 성품이 여리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착한 분이었지만 성격 때문에 투신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정회장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했다.
‘왕자의 난’으로 한때 MH와 애증관계를 빚기도 했던 박 전 회장은 정회장의 죽음과 함께 MH와의 아픈 기억도 하늘 저너머로 날려보냈다.
/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