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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우주는 인간역사의 축소판


■파운데이션(전10권·아이작 아시모프 지음/현대정보문화사)

SF의 팬이 많은 것 같지만 실상 SF의 의미를 이해하고 즐기는 사람이 극히 적은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완역본으로 선보인 ‘파운데이션’(김옥수 옮김) 시리즈를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보통 SF라고 하면 우주전쟁에, 광선총과 살인무기가 난무하는 그런 세상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러한 요소를 지닌 SF들도 상당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SF의 본질은 단순한 흥미요소 이외에도 빠질 수 없는 본질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과학이라는 요소의 비중이다. 사실 정통 SF라면, 실질적으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해도 절대 나올 수 없는 논리에 닿지 않는 기이한 초 병기나 무기 등이 난무하고 패러독스의 해결이 없는 시간여행이나 인간의 사회성을 염두에 두지도 않는 우주제국 같은 것이 난무하는 세계는 아니다. 그러한 많은 종류의 작품들은 이제는 Science Fiction으로서가 아니라 Space Opera나 Scientific Fantasy 정도로 불려지고 있다. 흥미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요소들로 행간을 메우는 그러한 종류의 작품들과 정통성을 지닌 SF와는 분명히 다르다.

사실 ‘정통’과 ‘비정통’을 구분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과학적인 상상력이 정말 과학적인데서 출발하였는가, 그리고 그 과학적인 상상력이 기술적으로만 따져진 상상인가 아니면 제반 사회학적인 요소나 인간적 요소들까지를 포함하고 있는가 하는 정도만을 생각하더라도 그러한 분류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진정한 ‘정통’ SF라면, 단순히 현란한 미래의 기술상의 발전이나 초 병기의 등장 등의 나열로 감각적인 재미나 멋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혹은 그것을 현명하게 습득해 나가는 인간의 면모를 놓치지 않고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은 소위 ‘정통’ SF의 계보를 잇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여기엔 호전적인 외계인의 등장이나 신나는 우주전쟁 같은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초월적인 이계(異界)의 세계를 그려낸 클라크나, 과학이라기보다는 공학에 가까운 측면에서 휴머니즘을 가미한 하인라인의 작품과는 또 다르게, 다소 사회성이 강한 아시모프는 SF 내에서 인간의 기술과 문명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며 커다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바로 ‘로봇’ 시리즈에서부터 시작하여 발전되어 나온 거대한 드라마인 이 ‘파운데이션’이다.

‘파운데이션’은 ‘로마제국 흥망사’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했다는 아시모프의 말처럼, 인간이라는 존재 전체의 미래와 흥망, 그리고 발전과 진화를 나타내는 커다란 규모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이라는 지적 존재가 군상을 이루어 살아가면서 나타나는 갖가지 양태의 사회상과 변화를 마치 한편의 거대한 드라마처럼 보여준다.
여기에서 그려낸 파운데이션의 역사는 어느 면에서는 인간 역사의 축소판이며, 미래에 대한 인간에의 경고이기도 하고, 인간 사회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의문부호이기도 하다. 드러나는 잔재미는 별로 없지만, 저변을 흐르는 깊이 있는 재미는 SF 중에서도 손꼽을 만하다.

척박한 국내의 SF 풍토에서 이러한 대작이 출간되었다는 것은 SF에 관심이 있는 본인으로서는 박수를 칠만한 일이며, 작품의 가치에 상응할 만큼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볼 기회를 가지게 되어 과학과 인간, 그리고 역사와 인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이우혁(소설 ‘퇴마록’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