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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화제-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강남 불패’는 특권층이 만든 부조리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전5권)(손정목 지음/한울)

“서울 강남의 땅투기는 한국 최고의 권력에 의해 시작됐다.”

지난 70년대 서울 강남개발 등 도시개발 실무를 담당했던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초빙교수(75)는 서울이 한국전쟁 이후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서울 도시계획을 증언한 회고록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전5권)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의 서울 도시계획을 ‘대담?^기발?^강압?^부조리’라는 네 단어로 설명하면서 “오늘날의 입장에서 가치 판단을 한다면 분명 잘못됐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 당시엔 땅도 좁고, 돈도 없어 서울을 기형적으로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손 교수는 50년대 경상북도 내무공무원과 60년대 총무부(현 총무처) 공무원을 거쳐 70년부터 78년까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내무국장?^기획관리관 등을 지냈으며, 78년부터 94년까지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도시계획 이야기’는 70년대 서울 개발 역사와 그에 얽힌 뒷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자 원고지 총 8000매에 달하는 역작으로 7년간의 집필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이 책에서 그는 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직접 계획, 집행한 한강과 여의도 개발, 강남과 잠실개발과 이후 주택 200만호 건설 등 굵직한 사건 등을 총정리했다.

또 도시개발의 뒤에 숨은 ‘강남개발을 통한 정치자금 만들기’ ‘박정희 대통령의 워커힐 행차를 위한 청계천 고가도로 건설’ ‘동물원이 된 핵개발 기지(서울대공원)’ 등 다양한 비사(秘史)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는 도시계획국장 재직 시절 구자춘 시장으로부터 “국장 3년 동안 도심에 주차장을 1평도 만들지 않았다”는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그는 “도심에 주차장을 만들면 결국 차를 가져오고 교통체증의 주범이 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으로부터 ‘역적’이라는 꾸지람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