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의 한 무에타이 체육관에서 외팔의 무에타이 복서가 휘두르는 빨간 글러브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샌드백에 쉴새없이 꽂혔다.
주인공은 김선기 설봉체육관 관장(30).
김관장은 고교 3학년 때인 93년부터 무에타이를 시작해 95년 태국에서 열린 세계아마추어 무에타이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 페더급 4위에 입상하는 등 주목받는 무에타이 복서였다.
그러나 그는 96년 군복무를 대체해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다 프레스기계에 오른팔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죽고 싶었습니다. 내 오른팔 팔꿈치 바로 위까지 잘려나가는 걸 두 눈으로 보면서 머리속이 하얗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김관장은 사고 뒤 6개월간 병원에서 오직 링에 다시 설 생각만 하고 지냈다.
그는 퇴원한 지 2주만에 다시 링에 올랐고, 남은 왼팔로만 99년 밴텀급한국챔피언과 2001년 말 코리아그랑프리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 후 은퇴해 후배들을 가르치는데 전념했다. 하지만 무에타이와 링이 삶의 전부였던 그의 타고난 피는 2년6개월만에 그를 다시 링에 서게 했다.
팔을 잃은 후 정신력이 더 강해졌다는 그는 “두 팔이 온전할 때 하고 변한 건 훈련시간이 배로 늘어난 것 뿐”이라며 “나는 팔이 없는 장애인이지만 세상에 멀쩡한 몸을 가진 정신적인 장애인이 얼마나 많으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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