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설립 4년째를 맞는 합작기업인 L사는 1년 전부터 홍보 담당 임원을 찾고 있다. 그러나 적당한 경력 및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어학실력까지 갖춘 사람을 찾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토익이나 토플점수가 아닌 현지인 수준의 영어회화 실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S 합작사에 다니는 K모 과장은 최근 회사 인근의 영어학원의 새벽반에 등록을 했다. K과장은 이것도 모자라 지난 9월부터 회사 측이 마련한 사내 어학연수 프로그램에도 참가, 업무가 끝난 뒤 1∼2시간을 영어학습에 투자한다.
외국기업과 국내 기업의 합작사 직원들에게 요즘 영어는 더 이상 외국어가 아니다. 사내 보고서가 영어로 바뀐 것은 물론, 회의도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영어로 표현할 수 없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영어는 이제 외국어 아니다=지난 99년 LG그룹과 필립스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LG필립스 LCD는 현재 모든 사내 간부급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의 최고경영진은 최근 내년부터는 임원급 뿐만 아니라 팀단위 회의까지 영어로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따라 최근 이 회사의 사무실에는 영어로 전화통화에 열중하고 있는 직원들의 수가 부쩍 늘어났다. 외국 고객이나 외국본사와의 통화가 아니다. 내년부터 본격 도입될 완전영어회의를 위해 사내 직원들은 물론, 현장직원들과의 의사소통도 가급적이면 영어로 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어는 기본이고 대부분의 설비들이 일본에서 도입된 것이 많아 현장 엔지니어들에게는 일본어도 필수가 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중국쪽의 법인 및 고객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마케팅부를 중심으로 중국어 학습도 유행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고 말했다.
GM대우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외국인 임원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어학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말도 못하면서 어떻게 결제를 받고 회의를 하느냐는 것이 이들의 고민이다. 회사측이 마련해준 어학교육 프로그램은 늘 신청자가 넘쳐나 올해만 4차에 나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최근 이석재 회장의 지시에 의해 직원들의 어학능력 강화에 비상이 걸렸다. 기술회의에서부터 재무, 경영, 홍보 등 영어와 관련되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벙어리’가 되지 않으려면 영어는 기본일 수밖에 없다.
◇‘회사차원’에서 외국어교육 적극 지원=어학능력은 직원들 자신의 ‘생존조건’이기도 하지만 회사에 있어서 직원들의 어학능력은 곧 회사 자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에따라 이들 합작사들은 직원들의 어학능력 향상을 위해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삼성코닝은 전사적 차원에서 어학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는 직원들의 수강비 및 교재구입비의 50%를 지원한다. 또 서울사무소에 외국원직원을 상주시켜 업무적인 대화이외에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영어로 대화를 나눌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LG필립스LCD는 수도권 임직원에게 6개월까지 학원교육비를 지원하고 일부 지역엔 직급별 사내 어학과정을 두고 있다. 지방의 생산공장에서도 사내강사를 따로 두고 어학을 가르치다. 신입사원교육에선 일찌감치 일본어회화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한 상태다.
GM대우차는 올해만 총 7억2000만원을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 교육에 투자했다.
집합 교육과 웹(WEB) 교육으로 구성돼 있는 어학교육 프로그램은 총 10주 코스로 한번에 1300명씩 4차례에 걸쳐 진행돼 10월 현재 연간 총 5200명이 수강했다.
이와함께 홈페이지에선 영어 73개, 일본어 30개, 중국어 24개 과정 등 총 127개 과정이 개설됐다.
삼성코닝정밀유리 역시 최근 사내 외국어교육 전문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 영어교육이 가장 절실한 엔지니어 직원들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다.
/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