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 ‘걸어서 하늘까지’ 등 무려 170여편에 달하는 영화작업에 참여한 박승배 촬영감독이 60세가 넘은 나이에 영화 ‘써클’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써클’(제작 무비캠, 공동제작 JU프로덕션)은 스릴러와 멜로의 두 가지 장르를 모두 넘나들고 있다. 죽은 여자 나체에 그림을 그리고 그 옆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명구(정웅인)의 엽기적인 행동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정사 도중 붙어버린 남녀의 성기, 부패한 시체 등을 보여주며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6명의 여자를 모두 엽기적으로 살해한 명구의 사건을 맡게 된 다혈질 여검사 현주(강수연). 그는 사건 조사 내내 벽에 머리를 박거나 현주를 덮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되풀이하는 명구의 행동이 참을 수 없어 반드시 사형시키겠다고 다짐한다.
게다가 명구는 70년전 살았던 기생 ‘산홍’의 영혼과 살인 사건이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당연히 재판은 명구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뭔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현주는 산홍의 행적을 추적키로 한다. 산홍이 기거한 기생집을 찾은 현주의 눈에는 이상하게 산홍과 명구의 과거 모습이 눈에 보인다. 70년전 일제시대로 넘어간 영화는 여기서부터 갑자기 산홍과 명구의 사랑이야기로 전환된다.
영화는 새로운 시작이 되는 듯 싶더니 결국 현재의 사건과 맞물려있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써클’이라는 제목에서 의미하는 윤회사상, 스릴러, 멜로 등을 억지로 한데 섞다보니 물과 기름처럼 둥둥 떠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코믹배우에서 사이코 살인마로 뛰어난 연기변신을 시도한 정웅인이라는 배우다. 18세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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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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