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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건강한 인생] ‘삶의질 개선제’ 1조시장 급부상


인구의 고령화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삶의 질(QOL:Quality of life)이 경쟁의 원천으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QOL 개선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라이프스타일 의약품(LSM:Life-style Medicine)이 각광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7.6%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2019년 본격적인 고령사회(전체 인구의 14% 이상)가 시작되고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인구의 20% 이상)로 들어선다.

인구의 고령화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장수는 고령사회의 최대 소망이 되고 있다. ‘건강한 삶과 건강한 인생’을 꿈꾸는 이같은 기대는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고령사회의 당면과제인 질병·빈곤·고독·무직업 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들이 QOL 관련 약물, 특히 LSM의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삶의 질을 위협하는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질수록 약물수요도 증가하는 현상에 따른 것이다.<편집자 주>

◇QOL이 의약품시장 이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2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건강보험 대상자는 전체의 7.7% 였지만 이들에게 지출된 의료비는 전체 의료비의 21%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크게 높았다.

특히 1990년의 노인 의료보험 대상자 비율(4.9%)과 의료비 지출비중(8.6%)을 감안하면, 1인당 노인의료비 지출규모는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약품시장의 성장잠재력이 GDP성장률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QOL제제(LSM 포함)와 만성질환치료제가 제약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흔히 삶의 질 개선제를 ‘QOL제제’라고 말하지만, 이는 LSM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LSM은 만성질환과 달리 생명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인간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삶의 질 개선제를 통틀어 말하는 QOL제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셈이다.

성기능개선제, 비만치료제, 우울증치료제, 골다공증치료제, 관절염치료제, 탈모방지제, 피임제, 주름제거제, 금연보조제, 비타민제제 등이 이런 제품이다.

이런 제품들은 건강한 삶을 갈망하는 인간의 소망과 맞물려 시장이 급팽창되고 있다.

‘비아그라’가 개척해 놓은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한 사례다. 올들어 시알리스와 레비트라 등 새로운 약물이 등장하면서 판매사간 치열한 경쟁에 힘입어 그 볼륨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업계는 성기능개선제 시장이 최소 6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도 마찬가지다. ‘제니칼’이 독주하던 시장에 ‘리덕틸’이라는 새치료제가 맞불을 놓으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넓은 의미에서 QOL제제라고 할 수 있는 만성질환치료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만성질환치료제 수요도 급증=나이를 먹으면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던 고혈압·고지혈증·치매·전립선질환·당뇨병 등 소위 난치성 질환들도 초기부터 꾸준히 치료하면 어느정도 증상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약물수요가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혈압치료제와 고지혈증치료제·당뇨치료제 등은 질병군별로 수십여품목에 이른다. 고지혈증치료제의 경우 단체 신체검사 항목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포함되는 등 종전과 달리 위험한 질환으로 인식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우증권 임진균 연구위원은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반대로 순환기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약물치료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

그는 “고혈압에 의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는 90년에 35.6명이었으나 2000년에는 8.8명으로 10년만에 75%나 감소했다”며 “고혈압 등 순환기계 질환은 치료가 아니라 조절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약물의 투여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제약업계의 생산실적을 보면 90년에 7% 수준에 불과했던 순환기계 의약품의 생산점유율은 2002년 14.6%까지 높아졌고, 항생제는 같은 기간에 18.6%에서 13.7%로 약 5%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도 순환기계약물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미지역에서는 순환기계 의약품의 비중이 20%에 육박하고 유럽에서는 25% 수준에 이른다. 반면 미국과 유럽 모두 항생제의 비중은 10%를 밑돌고 있다.

◇QOL시장 성장배경 및 규모=업계 전문가들은 QOL의약품이 매년 두자릿수의 고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수요의 자연증가에도 원인이 있지만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특성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LG경제연구원 고은지 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보험재정악화를 우려, 급여한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QOL제제는 불요불급한 성격때문에 급여를 제한하거나 처음부터 보험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약제비 절감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QOL시장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QOL제제의 시장규모를 파악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 영역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단순히 고혈압, 고지혈증, 치매, 전립선질환, 당뇨병, 우울증, 골다공증, 발기부전, 탈모, 비만, 피임, 주름제거제 등을 중심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QOL의약품 시장은 2003년말 현재 약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전체 의약품시장(약 6조5000억원)의 약 15% 정도로, 관련 시장의 60% 이상은 고혈압, 골다공증, 발기부전, 당뇨병, 고지혈증치료제 등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사들이 판매하는 홍삼제품 등 식품분야의 QOL제제까지 합하면 시장은 더욱 커진다.

피로회복과 갱년기 장애개선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홍삼제품은 연령에 관계없이 광범위한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QOL제제의 장기적 시장판도를 예측하기란 더욱 어렵다. 블록버스터급 신제품이 출시되면 또다른 시장을 형성하는 등 변수가 적지 않다.

다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수요의 자연증가와 소비자의 잠재적 니즈를 부추기는 업계의 미케팅전략이 맞물려 당분한 시장은 고속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