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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유연성 높아진 ‘세법 시행령’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3년 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초점은 중산층과 서민의 세부담 경감, 기업활동 여건의 개선, 그리고 공평과세 체제 구축이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안의 특징은 종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하게 현실을 반영한 유연성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현금 영수증제도 도입과 계부와 계모도 부양가족에 포함시켜 소득 공제 대상으로 삼은 점을 꼽을 수 있다.

거래와 세원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서는 ‘영수증의 생활화’가 필수 전제조건이란 점을 생각할 때 소득공제라는 당근을 앞세운 현금영수증제도 도입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또 지금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신용카드 거래분과의 형평성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소득세 인정 공제 대상에 민법상 부양의무가 없는 계부, 계모와 의붓자식을 포함시킨 것은 획기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물론 민법과 세법을 같은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한 비교가 아니며 또 민법에서 말하는 부양의무와 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소득세 인적 공제 대상’이 전혀 다른 개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에 소득세 인적 공제 대상이란 형식으로나마 계부와 계모, 의붓자식이 포함되는 것은 상당한 변화다. 이혼과 재혼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어졌을 정도로 관대해진 점을 반영한 것은 세법 시행령 개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 개인사업자가 내는 건강보험료를 경비로 인정, 세금 부담을 줄인 것을 비롯하여 독학 학위취득 경비 등의 교육비 소득공제, 설비교체를 비롯한 수도권 중소기업의 대체 투자, 의료기관과 노인 복지시설에 대한 임시투자세액 공제 도입이나 기업화된 결혼상담소를 비롯하여 투자자문회사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또한 변화된 현실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당국이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성형외과 등에 대한 부가세 부과 문제가 집단 반발에 밀려 반영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형외과에 대한 부가세 부과가 정당한 것인가의 여부를 떠나 집단 반발에 밀린 것 자체가 적지 않은 문제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