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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섬에서] 원숭이의 활약을 기대하며/차상근 정치경제부 차장


갑신년 새해가 봄날을 연상케 하는 포근한 기온 속에 시작됐다.

갑신년의 갑(甲)자는 으뜸을 뜻하고 신(申)자는 원숭이를 가리킨다. 원숭이는 일반적으로 영리하고 수완이 뛰어난 동물로 알려져 있다.

한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을 돌이켜볼 때 한국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원숭이의 이런 이미지가 절실해 보인다. 경제, 사회, 정치 등 나라 안팎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제기되는 난국론을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술가들은 ‘갑신년’을 정변의 기운이 넘치는 해로 풀이한다. 사주역학적으로 ‘쇠 금(金)’의 기운이 들어오는 해여서 시끄럽고 급진적인 사태가 발생한다는 해석도 있다.

두 육갑 전인 1884년 갑신년에 ‘갑신정변’이 있었다. 김옥균, 박영효 등 급진개화 세력들이 개화사상을 바탕으로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기치로 내건 혁명적 사건이었다.

비록 민중적 지지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그들만의 혁명’으로 그쳤고, 일본이란 외세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점에서 평가절하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고 근대사회를 여는 데 적지않게 역할했다는 점에서 구한말 이후 근대 개혁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역술가들은 120년 전의 역사적 사건이 증명해 주듯 이번 갑신년 역시 변화의 한해가 될 것으로 예언하고 있다.

올해 우리 한반도의 현실은 굳이 역술가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새로운 물결에 휩싸였다.

절대강국 미국의 주도 아래 급변하는 국제역학관계와 새로운 경제환경에 직면한 대내외 경제여건은 우리를 전혀 새로운 사고의 틀로 내몰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경제와 정치적 상황은 상상못할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포스트 3김시대의 첫총선이 오는 4월15일 치러진다. 인적 연결고리나 지역적 구도가 아닌 새로운 정치지형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방향은 예측불허이다.

이에 앞서 출범 1년도 안된 참여정부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오는 6일부터 시작된다. 길게는 총선 코앞까지 진행될 수 있는 특검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것들 이외에 추가로 비리가 드러난다면 대통령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나아가 총선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새로운 정치지형도를 지금보다 예측하기 힘든 구도로 몰아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경제다. 경제현상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정치적 불안정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지속되고 그 불확실성의 정도가 증폭될수록 경제활동의 위축 속도는 더 빨라진다.

이는 결국 사회?^경제적 비용을 요구해 가계나 기업과 같은 개별 경제주체에 고통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다시 사회적 불안으로 비화된다.

한 인터넷 포털사가 네티즌 4만여명을 대상으로 새해에 듣고 싶은 뉴스가 뭔지 물은 결과 절대다수가 경제회생과 실업난 해결을 꼽았다고 할 정도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사회적 비용은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수출 규모가 2000억달러에 육박하며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흑자 규모도 2000년 이후 최대라고 한다. 한국경제의 중요한 축인 수출부문이 올해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수출부문의 안정적 성장이 내수부문의 회복을 이끄는 것은 물론, 정치와 사회적 불확실성마저 물리치는 ‘으뜸 원숭이(甲申)’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