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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이 경영권 흔든다-기업 위기감 확산] 적대적M&A 눈뜨고 당할판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 자본의 먹이감 타깃이 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출자총액제한,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등으로 주식 취득 및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는 사이에 외국의 거대 자본들이 국내법의 허점을 경영권 장악에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진 퇴진 요구로 위기에 처한 SK사태를 계기로, 외국의 거대자본에 맞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국가기간산업의 경우 경영권이 외국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익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 더욱 절실하다.

지난달 27일 현재 국내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9.80%로 1월16일 52.83%보다 크게 늘었다. 포스코는 67.32%로 지난 1월7일 58.95%에서 동월16일 66.89%로 급증했다.

이들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소버린과의 표대결을 앞두고 있는 SK㈜의 52.50%보다 높다. 소버린의 경우처럼 특정 외국자본이 경영권 욕심을 내고 주식을 매집한 뒤 외국인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면 언제든지 경영권 장악이 가능하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구나 최근 소버린의 공시위반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과 관련, 역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어 기업들의 위기감은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이 지분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외국의 거대자본에 맞서기에는 아직 우리 기업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맞서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투자위축현상까지 빚고 있다. 기업들이 외국인의 경영권 침탈에 대비, 투자재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지분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위축은 곧 실업자 양산, 내수부진 등으로 이어져 경기회복 둔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규제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경제력 집중 방지제도로 인해 주식취득 및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아 외국자본에 비해 역차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외국자본의 적대적M&A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 M&A시 저가의 신주 매수선택권 부여 ▲임시주총 소집 제한 ▲법인간 주식 상호보유 허용 등 적대적 M&A에 대한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을 보장하고 있다”며 “한국도 외국거대자본에 맞서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