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고속철은 혁명이다―<2>첨단공법] 이음새 없는 레일 안전성 높여


고속철도 건설에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해 각자 기술력을 선보였다. 기술자들은 잦은 회의와 설계변경을 통해 최적의 공법을 찾는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적기 시공과 경제적 시공의 신기록을 달성한 공사들이 많았다. 고속철 시대를 여는 데 큰 힘이 되었던 신기술·신공법을 알아본다.

◇PSM공법=고속철도는 운행 특성상 일반도로나 철도와 달리 교량,터널 등 구조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경부 고속철 서울∼대구간 노반 신규 노선 235.3km 중 교량과 터널이 163.4km로 73%나 된다. 현대건설,동부건설,대우건설 등이 시공중인 3개 공구의 경우 총연장 55.4km 중 교량이 29.1km,터널이 4.4km를 차지한다.

당초 고속철의 교량 상부구조물은 이동식 비계공법(MSS:Movable Scaffolding System)으로 시공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건설사 기술인력들이 재검토한 결과 MSS공법을 사용할 경우 많은 관련 장비와 인력이 필요했다. 현실적으로 이 공법을 수행할만한 숙련된 인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업체들은 이탈리아 등 외국의 고속철 및 고속도로 공사에 도입됐던 PSM(Precast Span Method) 공법을 도입했다.

이 공법은 길이 25∼30m,무게 600∼700t 가량의 교량 상부 콘크리트 틀 일체를 공장에서 만든 후 특수차량으로 설치장소에 운반하고 교각에 미리 설치해놓은 이동식 가설장비를 사용해 상부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공종이 최상의 작업 조건인 공장안에서 이뤄져 MSS공법에 비해 공기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공사비도 MSS공법의 86.7%에 불과했다. 또 숙련공이 표준화된 구조물을 반복작업 함으로써 주기성을 갖게 해 재해발생율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단 특수장비를 사용해야 하고 공장설비 등에 많은 초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5km 이상되는 교량 작업에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법”이라고 말했다.

◇아치교 가설공법=서울 기점 500km 지점 김천 인근에 위치한 고속철 모암고가는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22도로 교차한다. 때문에 고속도로 상에서 거푸집 등 가설재를 시공하도록 설계됐다.

이 경우 안전성 및 시공성 보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대두됐다. 차량 통행을 허용하고 건축한계를 유지하면서 교각공사를 수행하기가 어려웠다.

고속도로가 휘어져 있어 운전자 시야 확보에 바람직하지 않았다. 또 받침의 위치상 상부구조가 내려앉을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특수교량 공법인 아치교 가설공법이 도입됐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이 공법을 통해 모암고가는 고속철도 교량의 새로운 심볼마크가 됐다.

김천시민과 고속도로 통행자에게 경쾌한 시각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우리나라 교통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횡단하는 교량을 교통통제도 없이 가설함으로써 국내 교량 가설 기술 향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부력 앵커공법=고속철의 실질적인 시발역인 광명역사는 인근 저수지 및 안양천과 근거리에 위치해 홍수시 지하수위가 높게 형성되는 지역으로 건물에 작용하는 수압을 배수시스템을 통해 줄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배수시스템을 통한 압력 감소에는 대형 배수시스템 및 유공관 시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펌프의 과부하 및 단전 위험성 때문에 건물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을 수 도 있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바로 부력앵커공법이다. 건설업체들은 광명역사가 열차 주행시 진동이 발생하는 것을 알고 역사 매트 슬라브 높이를 3m로 최적화하고 역사 구간에는 18m,다른 구간에는 15m마다 신축 이음을 설치했다.

이 공법은 현장 여건 및 구조물 안전성,경제성 등을 고려해 선정됐으며 국내에는 규정조차 없는 부력앵커 방수공법을 처음 도입,수회에 걸친 시험시공을 거쳐 결국 원활한 시공을 할 수 있었다.

◇GNR 공법=광명터널은 지난 96년7월 계약 당시 복선인 광명터널과 단선인 입고선 터널이 약 37도 각도로 위아래로 교차하는 노선의 NATM공법으로 설계됐다.

97년12월 터널안에 설치되는 전기시설물로 인해 터널 단면적이 늘어나고 두 터널이 만나는 지점의 교차부 간격이 3m 이내로 좁아져 공사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그래서 개착터널공법으로 설계 변경해 터널파기에 돌입했으나 교차부에 근접한 99년3월, 뜻하지 않은 공사용 진입도로 개설 문제가 제기되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설계를 맡은 한국철도기술공사는 결국 광명터널에는 R.P.U공법(대구경 강관 다단 그라우팅)을, 입고선터널에는 R.P.U GNR공법(무진동 암반절개공법)을 적용해 굴착했다.

도심지 암반지대에서 암반 절개를 위해 적용되던 기존 암반절개공법은 진동 및 소음은 줄였으나 핵심 공종인 천공(바위에 구멍내기) 및 암반 절개에 투입비용이 많고 단위 작업량이 적은 단점이 있었다.

이에 경비 절감과 단위 공사량 확대를 위해 암반 천공홀 구경은 축소하고 천공간격은 넓혀 장비 투입 대수는 줄이고 암반 강도에 상관없이 절개할수 있는 특수장비를 도입했다.

이 결과 기존 절개공법 대비 단가가 평균 60% 이상 줄었다. 본선 터널 구조물에도 전혀 지장없이 굴착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궤도 장대레일,고속분기기 등 최신 설비=경부고속철에 부설되는 레일은 시간당 300km 이상 고속으로 안정 주행해야 하는 KTX 특성상 레일이 연속적으로 길게 이어질 필요가 있었다. 즉 장대레일이어야 했던 것이다.

기술자들은 전 레일을 원칙적으로 어떠한 이음매도 사용하지 않는 장대레일 공장을 설치해 25m 장대레일을 최신 설비로 용접해 300m짜리로 만들고 다시 현장에서 이것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제작공정을 도입해, 고속철 건설 현장에 도입했다.

기존 용접 방식보다 품질 및 생산성이 월등히 우수하며 불량품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용접 부위의 교정 및 마무리 작업을 레일 원형 본체에 가깝게 정밀하게 연결해,최고의 장대레일이 탄생한 것이다.


고속철에서 다른 노선 궤도로의 전환을 위해 사용되는 분기기도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승차감 향상을 위해 분기기 내 이음매를 특수용접 처리하고 분기기 구조상 발생되는 결선부(간극이 생기는 부분)가 없도록 가동 노스크로싱이라는 장치를 사용했다.

또한 탈선 방지를 위한 각종 장치들을 설치하고 동절기 결빙 방지를 위한 히터를 설치해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 jerry@fnnews.com ·김종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