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김원준기자】“장뇌와 산삼은 뿌리모양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뿌리가 곧게 뻗은 직삼은 대부분 장뇌입니다. 산삼은 거의 뿌리가 누워있는 곡삼형태를 취하죠.”
10여년 전 40대 중반의 늦깎이로 ‘심마니’ 세계에 뛰어든 김창식씨(56)가 설명하는 산삼과 장뇌의 특징이다. 수십년 경륜의 전문가도 쉽지않은 산삼감별이 그 앞에서는 명쾌하다.
천운에 맡기고 산삼을 �v는 ‘보통 심마니’와 다른 그의 경지는 나름대로 땀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래 그의 관심사는 풍수지리였다. 20대 초반 생업인 식당일도 뒤로하고 전국 산야를 돌며 명당자리를 찾아 헤맸다. 그와 산삼의 운명적인 인연이 맺어진 때는 지난 93년. 대둔산에서 우연히 산삼 한 뿌리를 캐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풍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산삼이 자랄만한 지형 연구에 몰두했다. 산삼을 발견하면 일대의 산세와 수종을 자세히 메모하고 사진도 찍어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것.
그는 “자연산삼은 강한 햇빛을 싫어해 동쪽이나 동북방향에 주로 자생하고 침엽수와 활엽수가 적절히 섞여 있는 산에서 자란다”며 “이러한 원칙을 숙지하면 헛걸음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귀띔한다.
그는 스스로 터득한 지식을 지난 2001년 출간된 저서 ‘나도 산삼을 캘 수 있다’에 집대성했다. 이 단행본 책자는 서점에 나오자마자 2만여부가 팔리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지난달 초에는 내용이 보강된 2판을 내놓았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 1000명 안팎에 불과하던 심마니 수가 몇 년새 1만명 이상으로 늘었다”는 게 그의 ‘근거있는’ 너스레다.
이밖에도 그는 ‘산삼감정기준의 객관성’에 관한 2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산삼감정방법에 관한 특허’까지 출원하는 등 산삼의 신비를 벗기기 위한 열정을 식힐 줄 모른다. 지난해 8월에는 권위있는 식물학회 교수와 한의사 등과 함께 대한자연산삼연구소를 열어 산삼에 대한 경험적 지식의 체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학계도 그가 주창하는 산삼형태학을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신비와 영험’으로 포장된 산삼에 대한 과신을 경계한다. 그는 “산삼은 영약이긴 하지만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잘라말한다. 특히 “실체와 효능에 대한 검증없이 그 가치가 무색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고 부의 축적수단으로만 여겨져 왔다”며 과장된 효능과 왜곡된 유통과정 등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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