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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여성 엔지니어가 꿈”美 WTS 근무 박순덕씨,반도체 장비 분야서 명성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나이 차별이 없어지고 진정한 능력에 의해 평가 받는 사회가 되어야만 이공계열이 우대 받고 진정한 기술강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KLA-Tencor사를 거쳐 현재 텍사스에 위치한 WTS(Wilkinson Technical Services) 반도체 장비회사 소속으로 세계 유수의 반도체 회사들을 내집처럼 드나들며 수십억∼수백억원대의 장비를 설치해 주고 고장을 수리해 주는 일을 하는 중견 여성 엔지니어 박순덕씨(37).

그녀는 이제 세계에 몇 안되는 반도체 장비 분야의 여성 엔지니어로 성장했지만 그동안 성(性)과 나이를 뛰어넘고 능력을 인정받은 오늘의 성공이 있기까지 모질고도 험난했던 길을 걸어왔다.

67년 충주시 이류면 상금곡리 찢어지게 가난한 빈농의 7남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난 박씨는 어렵사리 충주공고 전자과와 대유공업전문대학을 마쳤다.

전자회사에 취업을 해 5년 가까이 열심히 일을 했지만 남녀 차별이 심하자 사표를 낸 뒤 92년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으로 어학 연수를 떠났다.

이듬해 빈털터리로 귀국한 뒤 1년 가까이 100여개 회사의 엔지니어 부문에 이력서를 냈으나 여성을 받아 주는 곳이 없어 한 때 자살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9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KLA-Tenkor 한국지사에 입사, 삼성반도체에서 장비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상주 근무를 할 수 있었다.

97년 본사 근무를 자원, 5년여 동안 반도체 장비를 설치하는 엔지니어로 국제적인 출장 업무를 담당하면서 본사에서 생산한 반도체 장비를 화물기에 싣고 인텔과 모토로라, 삼성, NEC, 미쓰비시 등을 찾아 장비를 설치·점검하며 고장이 났을 땐 즉시 달려가 수리까지 해 주는 중견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지난 2002년 현재의 WTS로 옮긴 이후에도 외국 출장을 밥먹듯 하면서 반도체 장비 분야에 없어서는 안될 국제적인 엔지니어로 주가를 높였다.

외국 유수의 반도체 회사들은 이젠 그녀가 없으면 세계 최첨단 장비를 설치하거나 다루는 데 차질을 빚을 정도가 돼 그녀는 회사에서도 억대 연봉에 기사가 달린 전용 리무진과 주택을 제공 받을 정도가 됐다.


지난 8일 특별휴가를 얻어 귀국, 충주의 시골집에 머물면서도 한국지사와 삼성전자 등을 수시로 다니면서 업무를 보는 한편 지난 22일에는 회사 동료로 일곱살이나 연하인데도 7년간 끈질기게 쫓아다닌 로버트 윌킨슨씨(30)의 사랑을 받아들여 충주의 한 예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는 다음달 출국하는대로 미국 MIT 공대에 진학, 모자라는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박씨는 “그동안 내 주변 환경은 모두 불가능뿐이었지만 그 불가능을 극복했기에 오늘의 나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