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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돈 안빌려 쓴다…차입금의존도 환란후 최저,현금보유 늘어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도가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차입금 의존도가 낮다는 것은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는 기업 재무구조가 튼실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차입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낮아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10일 ‘기업의 보유자산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상 제조업체 2526개 기업의 총자산은 지난해말 현재 585조5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중 차입금은 150조4000억원에 달해 차입금 의존도는 25.7%로 산업은행이 차입금 의존도 조사를 시작한 지난 7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도는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97년 54.8%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이후 99년 38.3%, 2000년 36.9%, 2001년 34.4%, 2002년 28.9% 등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따라 부채비율도 동반 하락하고있다. 지난 99년 202.5%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00년에는 185.8%, 2001년 167.6%, 2002년 124.6%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116.1%로 하락했다.

산업은행은 이처럼 차입금 의존도가 낮아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재무 안정성에만 치중, 현금자산은 늘리는 반면 신규투자는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차입금 의존도는 일본의 30.8%(2002년)보다 낮고 미국(25.4%)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99년 270조원에 달했던 기업들의 유형자산도 지난해에는 242조원으로 2.5% 감소했다.
이중 기업의 설비능력과 직결되는 기계장치 자산은 30대 기업은 4%, 30대 미만 대기업은 6.1%나 줄었다. 투자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대기업의 설비투자 규모 역시 지난 96년 37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24조7000억원으로 13조원이나 감소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 200% 달성 등 재무 안정성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다 보니 기업들이 현금보유를 늘리고 신규투자는 꺼려 차입금 의존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차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신규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는 자칫 경제의 선순환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