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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선의 세계기행-인도 타지마할]황후의 죽음 애도해 지은 무덤궁전


세계에서 불가사의한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타지마할은 인도 북부 아그라 교외에 있다. 1631년 착공되어 22년 동안 무굴제국의 재정이 바닥날 정도의 막대한 공사비와 수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지었다. 타지마할은 궁전이 아닌, 한 여성의 시신을 안치한 ‘무덤궁전’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16∼17세기 인도를 지배했던 무굴제국의 제5대 황제 샤자 한은 다혈질적인 인물로 건축광이었다.1629년 전쟁터에서 그가 사랑했던 부인 뭄타즈 마할이 아기를 출산하다 죽었다. 황제는 죽음을 너무 애도한 나머지 그녀를 위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당을 짓기로 결심했다.

이슬람 양식으로 건축된 타지마할은 붉은 돌로 된 커다란 대문, 두 개의 회교 사원, 네 개의 첨탑, 여러 개의 보조 건물, 그리고 타지마할 본건물인 뭄타즈 마할의 흰 대리석 영묘가 있다.

타지마할 바깥 벽에는 코란 글자와 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내부 벽면에는 다양한 색채의 꽃무늬와 보석 문양이 잘 장식되어 있다. 내부 1층에는 두 개의 대리석 묘가 나란히 있지만 이것은 가묘이다. 샤자 한과 그의 부인 뭄타즈 마할의 진짜 묘는 지하 1층에 있다. 내려가는 길은 좁고 어둡다.

샤자 한과 뭄타즈 마할 묘 주위에는 관람객이 놓고 간 붉은 꽃이 쌓여 있다. 샤자 한의 묘와 이보다 작은 뭄타즈 마할 묘를 보노라면 한 남자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한 여성을 위해 이토록 장려한 건축물을 남긴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회중전등을 흰 대리석 묘에 대고 비춰보면 현란한 꽃문양과 세련된 색채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원래 타지마할은 뭄타즈 마할만의 영묘로 계획되었다. 그 후 샤자 한은 그 자신의 영묘를 타지마할이 마주보이는 야무나 강 건너편에 검은색 대리석 영묘로 지으려고 했다. 흰 대리석 영묘와 검은 대리석 영묘 사이는 다리를 놓아 이으려고 했다.

그러나 타지마할 공사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 국고가 바닥나고 국력이 약해지자 샤자 한의 아들이 반란을 일으켜 아버지를 아그라 성에 유폐시킴으로써 물거품이 된 것이다. 만약 계획대로 두 곳의 아름다운 대리석 묘궁이 세워졌더라면 아그라는 보다 뛰어난 세계적인 명승지가 됐을 것이다.

인도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300달러 수준으로 많은 국민들이 가난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에는 매년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귀중한 외화를 놓고 간다. 타지마할을 지을 당시 많은 공사비로 원성을 들었던 샤자 한이지만 오늘날 인도 국민들은 샤자 한을 대단한 위인으로 생각한다.

낮은 타지마할은 연못 수면 위로 장려한 건축물이 투영되어 보기에도 아름답다. 보름달이 뜨는 밤 타지마할은 달과 흰 대리석 묘궁, 그리고 연못 수면 위에 비친 신비스런 그림자 등으로 보다 환상적이다.

인도 근세건축물의 대표작인 타지마할은 1875년 무굴제국의 붕괴 후 많은 약탈자로 인해 영묘 안의 숱한 귀중품이 사라졌다. 하지만 타지마할 건물 자체는 큰 훼손이 없어 오늘날에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이다.

/글·사진 허용선(여행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알림=20일부터 ‘허용선의 세계 기행’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필자 허용선씨는 프리랜서 작가 및 여행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계 80개국, 300여곳을 취재했습니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을 수료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보도관련 공로로 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