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난 1일 내놓은 경기부양용 감세정책에 대해 서민·중산층이 아닌 부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수백만원 하는 프로젝션 TV나 요트 등 이번에 특별소비세가 폐지되는 품목을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쪽은 중산층 이상인데다 소득세 인하에 따른 서민들의 감세효과는 밋밋하기 때문이다.
또 서민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기름에 붙는 특소세는 폐지하지 않는 등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더해주는 정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근로소득세 1% 인하 효과에 대해 경감액은 고소득자 일수록 많지만 경감률은 급여가 작을수록 크다며 비난여론을 반박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소득세 인하로 최고 120만원 절세=재경부 이종규 세제실장은 2일 이번 세제개편에 따른 세금경감 효과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실장은 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연금보험료공제 및 표준공제를 사용할 때 월급을 받는 근로자들은 최고 120만원까지 세금 경감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월급여가 2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현재는 34만6000원 정도의 세금을 냈으나 내년부터는 7만8000원이 적은 26만8000원만 내면된다. 22.6%가 경감되는 것이다.
월급여가 300만원인 직장인은 26만1000원의 세금 경감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은 연간 181만8000원의 세금을 냈으나 14.4%가 인하돼 앞으로는 155만7000원이면 된다.
월급여가 400만원인 경우 9.7%가 경감돼 종전 391만6000원에서 37만8000원이 경감돼 353만8000원만 세금을 낸다. 월급여가 500만원인 직장인은 8.2%의 경감효과가 있어 50만3000원, 월급여 600만원인 직장인은 66만8000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됐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직장인의 경우 월급여가 200만원인 사람은 19.3%의 경감률을 누려 9만4000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됐다. 이에따라 현재 48만5000원을 내야했던 세금은 39만10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전체적으로 월급여 200만∼300만원을 받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다고 이실장은 강조했다.
개인사업자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월 소득금액이 3000만원인 경우 종전 349만6000원에서 324만6000원으로 25만원의 세금을 덜내게 됐다. 4000만원 소득이 있는 기업은 529만6000원에서 494만7000원으로 34만원의 세금을 절감하게 됐다.
◇특소세 폐지로 최고 91만원 인하=재정경제부는 이번 특별소비세 폐지에 따라 품목별로 많게는 90만원 이상의 가격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LG휘센의 15평형 에어컨은 종전 192만원에서 178만원으로 25만원의 가격인하 여지가 있고 삼성의 18평형 에어컨은 162만원에서 149만원으로 21만원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프로젝션TV의 경우 LG(40인치)제품이 185만원에서 173만원으로 12만원, 50인치 TV는 295만원에서 276만원으로 19만원이 각각 떨어질 전망이다. 삼성 60인치 TV는 641만원에서 599만원으로 42만원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PDP TV의 경우 삼성의 50인치 TV가 1140만원에서 1129만원으로 11만원 가량이 내려갈 전망이다.
◇“특소세 폐지 적절”-“국민부담만 증가” 여야공방=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 참여연대와 민주노동당은 2일 “부자세금을 깎아봐야 소용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감세결정은 근로자와 소상공인, 중산층을 위해 추진한다는 명분에도 실제로는 고소득층에 주로 그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효과는 없이 오히려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연구단체인 재정·조세연구회의 정책토론회에서도 여야의원들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재정·조세연구회 공동대표인 우리당 김진표 의원은 “당정이 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재정지출 확대와 병행해서 추진하는 종합대책”이라면서 “소득세율 1%포인트 인하와 특소세 폐지는 중소기업과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현재 세금 부담을 더욱 낮추고 정부의 재정지출을 낮춰야 한다”면서 “유류가격을 높여서 에너지 과소비를 막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고, 유류세를 낮추는 것이 옳다”며 유류세 인하를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세금은 적게 거둘 수록 좋다는 ‘감세 포퓰리즘’에 빠진 것 같다”며 지적하고 “당정의 감세안은 경기부양의 효과는 미미한 반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국민부담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두 야당 의원의 주장에 맞서 “소득세율 1% 인하 등 감세안의 일부가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심리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특소세 폐지는 유효적절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내수를 살리려면 부자들의 소비를 실질적으로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도 지난달 ‘부자론’을 피력하며 돈 있는 사람들의 소비역할을 환기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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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ky@fnnews.com 차상근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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