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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사업자 모뎀임대료 ‘폭리’…최초 장비구입 가격 4만∼5만원 불과


KT,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데이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고객들에게 모뎀을 임대해주고 매년 수백억원의 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들이 고객 PC에 장착되는 초고속인터넷 모뎀을 중소 제조업체로부터 싼 가격에 납품받아 사용자들에게는 비싼 요금에 임대하고 있는 것.

KT 고객은 1년 약정의 경우 월 3000원씩 3년간, 무약정은 월 1만원씩 3년간 모뎀 임대료를 내야 한다. 또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두루넷 고객은 1년 약정 4500원, 무약정은 9000∼1만원씩 3년간 매달 임대료를 지불한다. 이들 업체에 고객이 내는 모뎀 임대료는 약정에 따라 10만8000원부터 많게는 36만원이나 된다. <표참조>

그러나 사업자들이 실제 중소업체로부터 납품받는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 모뎀가격은 4∼5만원선에 불과하다. 특히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이나 내장형 모뎀인 경우에는 가격이 고작 2만원대 후반이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임대료를 통해 2∼10배 이상 차익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입자들이 3년에 걸쳐 모뎀 임대료를 완납했다고 하더라도 장비는 여전히 사업자 소유다. 이들 사업자는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ADSL에서 VDSL 등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고객의 모뎀을 수거해 새 가입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중삼중의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3년간 약 536만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각 사업자들은 모뎀 임대료사업을 통해 매년 수십∼수백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사업자들은 고장난 모뎀 수리, AS 및 모뎀 교체비용 등을 고려하면 임대료 인하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KT의 경우만 하더라도 초고속인터넷 장애 요인중 모뎀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에 그친다. 사업자들이 고객에게 모뎀 고장가능성에 대해 필요이상의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모뎀수리 비용도 거의 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비공급 업체로부터 고장난 모뎀수리를 무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장비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대부분 중소업체들이 사업자에게 납품한 모뎀에 대해 2년 정도 무상 AS를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3∼4년전 20만∼30만원이었던 모뎀 가격이 현재는 2만∼5만원대로 급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임대료는 변함이 없다. 이에 대해 KT 초고속인터넷팀 관계자는 “장비 구매가격이 최근 몇년간 내려간 것은 사실이지만 AS 인건비는 올라 임대료 인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1년 7월 ‘모뎀자급제’를 도입해 원하는 고객은 직접 모뎀을 구입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고객들이 전자상가 등에서 모뎀을 구입해 인터넷을 쓰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들로부터 AS를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본격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VDSL 모뎀은 시중에서 구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사업자들은 ‘사업자 자급제’란 명목으로 원하는 고객에게 인증된 모뎀을 판매하고 있지만 ‘AS도 안해주며 폭리만 취한다’는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구매가 4만∼5만원짜리 모뎀을 KT는 10만800원, 하나로텔레콤과 두루넷은 10만원, 9만9000원 등으로 책정해 할부 판매하고 있다.

정통부는 사업자들의 이같은 문제에 대해 ‘초고속인터넷 관련 가격책정은 사업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강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상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초고속인터넷 소비자모임 등 관련 사이트에는 사업자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연일 빗발치고 있다.

/ wonhor@fnnews.com 허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