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서울의 대표적인 개발사업인 강북뉴타운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강북일대를 강남처럼 개발하겠다는 취지의 뉴타운사업은 지금까지 수도권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상황이었다.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된 성동구 왕십리 일대는 사업초반에 반짝 관심을 끌었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뜸해 뉴타운사업이 막대한 돈만 낭비하는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퍼진 상황이었다. 최근 2∼3년간 2배 가까이 올랐던 집값·땅값도 올해 들어서는 계속 정체상태다.
◇헌재 판결이 뉴타운 살리나=하지만 지난 21일 헌재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상황은 좀 더 복잡하게 변했다. 특별법때문에 충남지역으로 몰렸던 투자수요가 다른 곳으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연구소 스피드뱅크의 안명숙 소장은 “정부의 행정수도사업이 좌절된 이후 향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 마다 엇갈리고 있다”면서도 “충청지역에 투입된 투자자본의 철수만큼은 모두가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유동 투자 자본’이 어디로 향할지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껏 수요부족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뉴타운지구 관계자들은 대표적인 서울시내 개발사업인 강북뉴타운사업이 가장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동구 왕십리 인근에서 영업중인 대진부동산의 황운하 중개사는 “초반에 떠들썩하던 뉴타운지구가 요즘들어선 침체기를 맞고 있었는데 헌재 판결로 충청권에 몰렸던 관심이 서울로 돌아온다면 뉴타운도 다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기대를 내비쳤다.
뉴타운지구의 주민들도 긍정적인 전망을 숨기지 않는다. 성동구 상왕십리에 거주하는 김경수(43·남)씨는 “헌재의 위헌결정이 뉴타운사업 성공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에는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 부족이 뉴타운사업의 불안요소였던 점을 감안하면 헌재의 위헌판결은 강북뉴타운에 있어 가뭄의 단비인 셈이다.
◇“너무 성급하다”…반론도=하지만 성급한 낙관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충청권으로 몰렸던 수요가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것도 확실한 것이 아닌데다 그 수요가 뉴타운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것은 기대일 뿐이라는 것.
스피드뱅크의 안명숙 소장은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것은 충청권으로 수요가 이동해서라기보다는 정부규제에 의해 ‘시장균형’이 하향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특별법이 위헌판결나면서 충청권 부동산은 타격을 받는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그 수요가 서울·수도권으로 회귀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하에서는 어느 곳에도 투자가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장의 움직임도 아직 뚜렷한 변화의 징후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성동구 상왕십리 오부동산의 김장윤 중개사는 “위헌판결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문의전화나 방문객이 없다”며 “시장에 호재가 있더라도 칼 같은 정부규제 앞에 움직일 사람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시, “이대로도 자신있어”=현장의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달리 강북 뉴타운사업을 주관하는 서울시청은 헌재의 판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의 최창식 본부장은 “뉴타운 현장에서는 수요부족을 이유로 불만이 많다고 하더라도 시에서는 오히려 과열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그는 “헌재 결정이 뉴타운사업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큰 변수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현재 왕십리 뉴타운의 경우 재개발 추진위 내부에서 쟁송사태가 벌어져 사업이 주춤하고 있지만 내년에 내분이 법원판결로 종결되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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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ooq@fnnews.com 박치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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