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가 살아야 정보기술(IT)강국과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선두 이동통신사 KTF의 이공계 출신 대표주자인 송주영 부사장(53)은 이공계의 중요성에 대해 소신을 밝히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KTF를 대표하는 이공계 출신 핵심 경영진의 다소 우려섞인 ‘이공계 육성론’이다.
송부사장은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일명 ‘KS’에 속하는 정통 이공계 경영자로 평가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매력’에 끌려 이공계를 선택했다는 송부사장. 그가 대학생이던 70년대에는 이공계의 인기가 문과대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서 그는 현재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개탄했다.
그는 “이공계의 대표격인 전자공학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며 “아무리 의대, 법대가 좋다지만 거시적 국가경제를 위한 수출 등에 있어 이공계가 중추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은 무엇보다 수요를 생각하지 않은 이공계 인력의 과다 생산에 있다”며 “이공계 육성을 위한 근시안적 대책을 만들기에 앞서 ‘양’보다는 ‘질’에 역점을 둔 이공계 육성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치형 경영인’=송부사장은 주위에서 일명 ‘참치형 경영인’으로 부른다. 혹여 참치회를 좋아한다거나 참치와 외형이 닮아서가 아니다. 망망대해에서 멈추지 않고 평생 헤엄쳐 나가는 참치의 독특한 특성과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공계 출신이 같는 특성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가 걸어온 정보통신업계의 족적을 살펴보면 ‘새것에 대한 멈춤없는 도전’이 그대로 베어 있어 “역시 이공계 출신 경영인”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의 이력은 이렇다. 송부사장은 지난 91년 미국 CLEMSON대학 전기 및 전산공학과 박사과정을 마친 뒤 전공을 살려 한국통신의 연구개발본부 팀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인터넷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에 KT의 인터넷망 구축을 제안했다. 주위에선 사서 고생이라고 쑥떡거렸지만 그의 고집을 꺽지는 못했다. 결국 KT는 전국에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했다.
‘100년 전통의 유선전화업체’인 KT가 일찌감치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송부사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다.
송부사장은 지난 2000년 당시 KT 계열사인 KTF 이용경 사장의 ‘삼고초려’에 못이겨 KTF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도 그는 멀티미디어 본부장, 신사업본부장 등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를 연이어 맡았다. KTF의 무선인터넷사업이 연간 50% 이상 성장하면서 핵심 수익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송부사장의 경영능력과 무관치 않다.
그는 “내가 회사에서 무엇을 받을 수 있는가 보다 내가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찾아 개발해 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기술이든 경영이든 타성에 젖어 제자리에 안주하기 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끊임없이 노려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기술력이 곧 기업경쟁력=KTF 총사령관인 남중수 사장의 총괄 지휘아래 송부사장이 단도리해 나가는 기술중시 경영은 국가대표급이다. ‘코리아 퍼스트 모바일(Korea First Mobile)’을 지향하는 KTF는 사업특성에 걸맞게 구성원의 대다수가 이공계 출신으로 짜여져 있다.
조직의 상층부인 임원진은 60% 이상이 이공계다. 실제 송부사장을 비롯한 전체임원중 이공계 출신은 32명으로 업계 최고치다. “기술을 알아야 미래경영이 가능하다”는 남중수 사장의 지론이 송부사장과 ‘찰떡궁합’처럼 맞아떨어져 각 임원진을 이공계출신으로 전진 배치시킨 것이다.
일반 임직원중 이공계 출신은 총 1430명으로 전체의 59%에 이른다. 신입사원의 이공계 비율도 전체의 71%에 달한다.
송부사장은 “점차 이통 고객의 니즈가 단순한 요금의 우열보다는 통화품질 등 기술적 인프라로 결정되는 추세에 맞춰 이공계 출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올해 번호이동성 시장에서 KTF가 100만명 이상의 신규가입자를 모집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운 비결도 들여다보면 이공계 직원이 떠받친 기술적 인프라에 있다”고 이공계 직원을 한껏 추켜세웠다.
◇이공계 지원 ‘코리아 퍼스트’=KTF의 탄탄한 이공계 지원프로그램은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KTF가 이공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지원프로그램은 카이스트(KAIST) 정보통신고급인력 양성프로그램(CTEP) 과정, 정보통신대학교 석사과정, 카네기멜론대 연수, MIT 연수 등 다양하다.
이처럼 이공계 직원의 지속적인 재교육을 통해 능력을 높이는 것이 결국 KTF의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게 송부사장의 지론이다.
KAIST CTEP과정은 차세대 정보통신 시스템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우수한 시스템 엔지니어 양성 프로그램이다. KTF는 KAIST에 연구 지원금을 출연한다. 대신 KAIST는 석사 및 박사 우수인력을 양성, KTF에 다시 지원하고 있다.
KTF는 차세대 전문가 육성을 목적으로 매년 직원 1∼2명을 선발, KAIST를 통해 석사 및 박사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전기�^전자공학, 전산학, 산업공학 등.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 석사과정은 매년 10월중 2∼3명의 직원을 뽑아 ICU에서 2년간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과정은 무선통신분야, 멀티미디어 정보처리분야 등으로 첨단 이론학습, 현장실습, 경영마인드 교육 등으로 다양해 고급 전문인력 양성에 적격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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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 약력
▲53세 ▲서울 ▲서울대 전자공학과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 컴퓨터통신 연구실장 ▲한솔텔레콤 정보통신본부장 ▲한국통신 데이터품질팀장 ▲KTF 멀티미디어사업본부장·수도권강남사업본부장·신사업총괄(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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