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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음지부동산’양지로 탈바꿈]‘한센병 촌락’서 고층 아파트촌으로


“말 안들으면 용호동으로 보내버린데이.”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장현수(27·부산 해운대구)씨는 부산 남구 용호동을 어른들의 꾸지람 속에 등장하는 지역으로 기억하고 있다. 부산에서 자랐던 어린이들은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을 성가시게 하면 으레 용호동으로 보내질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견뎌내야만 했단다. 용호동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이른바 ‘나환자촌’이었다.

이런 용호동이 최근 부산 최고의 주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SK VIEW의 평당 분양가가 800만원을 상회하니 수도권에서도 명함을 내밀 만하다. 더구나 2008년 경에는 경전철 건설까지 계획돼 있다. 용호동에도 ‘쨍’하고 해가 뜬 셈이다.

용호동 나환자촌은 현재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2008년까지 고층 아파트 3000가구가 들어선다. 부산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화려한 새 아파트와 용호동의 변신이 화젯거리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영업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음침하고 격리된 동네였던 용호동에 최근 고급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면서 부산 지역의 주택지도가 바뀌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용호동이 이처럼 최고급 아파트단지로 큰 변화를 겪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용호동 일대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 ‘오륙도 SK VIEW’를 건설하는 SK건설의 박창배 상무는 “이 일대가 나환자촌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접근을 꺼렸던 것이 오히려 깨끗한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됐다”며 “부산같은 대도시에 이같은 환경이 보전되어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조망과 생활환경을 중시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 것도 한 몫했다. 삶의 질, 여유로움 주거문화를 중시하는 이른바 ‘웰빙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면서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어도 경관이나 생활 환경이 좋으면 높게 평가받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최근들어 부산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연해져 동래구, 중구 등 도심권이 이끌던 집값을 요즘에는 해운대구, 남구 등 ‘해안 조망형’ 주택지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114 자료에 의하면 해운대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평당 445만원으로 동래구의 평당 450만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부산 용호동은 전국 나환자촌 중에 처음으로 개발된다.

/ lhooq@fnnews.com 박치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