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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비무장지대]전쟁과 평화,그 역설적 공존


【도쿄=정순민기자】‘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등 80년대 청춘영화를 만들었던 ‘흥행감독’ 이규형(47)이 10년만에, 극영화로만 따지면 ‘공룡선생’ 이후 정확히 12년만에 새영화 ‘DMZ 비무장지대’(배급 청어람)로 컴백한다.

국내 개봉에 앞서 지난 9일 일본 도쿄 긴자 도에이극장에서 월드프리미어 행사를 가진 ‘DMZ 비무장지대’는 이감독의 군대체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 실제로 지난 79년부터 81년까지 최전방 소총수로 근무했던 이감독은 “전쟁 이상의 공포를 느꼈던 지난 79년의 체험을 토대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전세계에서 유일한 공간인 DMZ를 배경으로 꼭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책은 안 쓰려고 한다. 앞으로 1년에 3편씩 영화를 할거다. 한 편은 연출을 하고, 한 편은 프로듀서를 맡을 것이다. 그리고 한 편은 수입을 하겠다. 수입은 대부분 일본 도에이의 작품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6일만에 터지는 이규형의 일본어’ 등 일본 관련 서적 50여권을 집필하며 재기를 기다려온 이감독은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영화에 인생을 걸겠다는 각오다.

‘DMZ 비무장지대’가 첫 촬영을 시작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김래원, 구준엽 등을 캐스팅했을 당시의 제목은 ‘호텔 코코넛’.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역설적으로 가장 평화로운 곳이 DMZ라는 의미에서 이런 제목을 붙였었다”고 밝힌 이감독은 “DMZ에 야자수를 심고 ‘호텔 코코넛’이라는 명패를 다는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군복무 시절 나 스스로도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내무반을 호텔처럼 편안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호텔 코코넛’에서 ‘DMZ 비무장지대’로 제목이 바뀐 이번 작품은 제작비 등의 문제로 캐스팅이 바뀌고 촬영이 중단되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은 끝에 일본 메이저영화사 도에이가 전체 제작비의 50%를 투자하면서 제작에 물꼬를 텄다. ‘실미도’ 등 굵직한 한국영화를 구매해온 도에이영화사 구사나기 슈헤이 부사장은 “시종일관 심각하기만 한 ‘실미도’와 달리 이번 작품은 웃음과 눈물, 그리고 액션이 적절히 배합돼 있어 투자를 전격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이감독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영화학도 김지훈 일병(김정훈)이 수색대에서 만난 이민기 병장(박건형)을 추억하는 전반부와 10·26사태 이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놓인 DMZ를 그리는 후반부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0·26을 기점으로 전반부는 코미디에(조연인 정은표의 코믹연기가 가장 볼만하다), 후반부는 액션과 눈물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데, 월드프리미어 행사에 참가한 한국과 일본 기자들은 대체로 전반부의 코미디가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감독 스스로도 “나는 코미디에 가장 자신 있다”면서 “코미디와 액션의 비율을 7대3으로 생각하고 찍었지만 주변의 권유에 따라 비율을 5대5로 재조정했다”고 설명했다. ‘DMZ 비무장지대’의 판권을 사들인 도에이영화사는 이 영화의 일본 개봉을 내년 4∼5월께로 잡고 있다. 국내 개봉은 26일. 18세 이상 관람가.

/ jsm64@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