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공사의 낙착률이 떨어지면서 건설업계의 덤핑수주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올해 최저가 낙찰제로 발주된 500억원 이상 공공공사(55건)의 3분의 2가 정상가격의 절반인 50%선 이하고, 평균낙착률도 59.59%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낙착률이 0.51%포인트 더 떨어진 수치다. 건설경기침체로 일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자 위기감을 느낀 대형 건설업체들까지 앞다퉈 공공공사 입찰에 대거 가세하고 있는 탓이다. 이같은 덤핑수주는 결국 공사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나아가 업체의 경영난까지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지난해 ‘10·29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발생한 전국의 부도업체 415개 가운데 건설업체가 86개로 20.7%를 차지했다. 부도 건설업체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건설수주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유명 대형업체들까지 덤핑수주에 뛰어드는 현상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건설업이 내수진작과 고용창출의 일등공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조업 등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이 크고, 10억원당 20.8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건설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5% 안팎을 차지하는 중요한 내수산업이어서 건설경기침체가 요즘의 내수침체를 더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건설투자에서 주택(건물포함)과 토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6대 4 정도이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엄밀히 말해 재건축규제 등 주택시장의 한파가 곧 건설불황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민간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3%대라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이런 판에 건설경기를 살리지 않고서는 성장률 제고는 물론, 대략 200만명에 달하는 건설인력의 효율적 처리와 침체된 내수경기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하다.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추진중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만으로는 미흡하다. 무엇보다 주택건설 및 거래활성화가 중요한데, 그러려면 부동산대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히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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