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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PGA FRB오픈]“톱 플레이어 기량 갖췄다”…나상욱 데뷔 첫 준우승



지난 7일 끝난 미국프골프협회(PGA) 투어 FBR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나상욱(21·코오롱엘로드)이 꿈의 첫승을 올리기 위해서는 샷의 정확도를 좀더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상욱이 FBR오픈 공동 2위에 오른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폭발적인 장타력에다 고감도 퍼팅,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어우러진 결과. 지난해 평균 비거리가 280.1야드에 불과했던 나상욱은 이번 FBR오픈에서는 드라이브샷이 평균 305.5야드에 달할 만큼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올해 4개 대회에서 선보인 평균 비거리도 지난해보다 약 8야드 증가했다.

무엇보다 나상욱의 가장 큰 무기로는 ‘짠물 퍼팅’을 꼽을 수 있다. FBR오픈에서 나상욱의 라운드당 퍼트수는 25.8개에 불과해 출전 선수 중 1위를 기록했고 올 시즌 홀당 평균 퍼트수도 1.733개로 지난해 86위에서 50여 단계 상승한 35위에 랭크돼 있다.

골프는 멘털 게임. 지난해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낸 나상욱은 올 들어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FBR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나상욱은 12·13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자칫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히 플레이를 펼쳐 다시 2타를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필 미켈슨(미국)과 챔피언조에 나선 심리적 중압감과 현지 갤러리들의 편파적인 응원 속에서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은 두둑한 배짱은 나상욱의 성장 가능성을 높여주는 부분.

나상욱은 그러나 샷의 정확도를 좀더 높여야 하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샷 정확도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인 그린 적중률의 경우 지난해에는 64.7%(107위)에 달했으나 올해는 60.6%(151위)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게임이 어렵게 되고 스크램블링(그린을 놓쳤을 때 파 이하의 타수로 홀아웃하는 것) 수치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어 지난해 12위(63.3%)에서 올해는 현재 79위(59%)까지 떨어졌다.

한편, 미국의 유력 일간지 USA투데이지는 9일자 신문에서 나상욱을 비중있게 다뤄 한층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USA투데이는 ‘나상욱의 출현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나상욱의 성장 과정과 함께 “FBR오픈 전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가족들의 출전 권유로 대회에 나갔다”며 “FBR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충분히 톱 플레이어로서 기량을 갖췄다”고 보도했다.

/ freegolf@fnnews.com 김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