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가 설날 연휴를 전후로 속속 팔리는 등 판교 영향권인 경기 용인시 성복·신봉·수지 일대의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과열되면서 건설회사 관련자들이 미리 빼돌린 로열층의 미분양 물건이 인근 중개업소나 떳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을 통해 거액의 웃돈이 붙여져 거래되는 등 불법·편법거래까지 판을 치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미분양 매진=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주변에 있는 ‘LG신봉 자이 3차’ 모델하우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모델하우스 외벽에는 ‘선착순 분양’이라는 플래카드가 큼지막히 걸려 있었고, 안에는 남아 있는 미분양 물건을 구입하려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 붐볐다.하지만 방문객들은 모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남아있는 미분양 물건이 최근 모두 팔렸기 때문이다. 분양 관계자는 “이달들어 방문객들이 대거 몰리더니 설날 연휴때 1층까지 모두 계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성복 경남아너스빌 모델하우스도 상황은 비슷했다.한 직원은 “1층 몇 가구를 빼고는 모두 팔렸다”면서 “1층도 서둘러 계약하지 않으면 조만간 매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분당구 미금역 인근에 있는 현대산업개발 모델하우스 관계자도 “며칠전에는 하루 20건의 ‘동백아이파크’ 아파트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총 895가구를 분양하는 수지 9차도 61평형 1층을 제외하고는 미분양 물건이 모두 소진됐다”고 말했다.
한달 전에도 이 모델하우스에 들렸다는 한 주부는 “처음에는 미분양 물건이 많아 계약을 망설였는데 지금은 물건이 없어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횡횡하는 불법·편법거래=몇달씩 묶여있던 용인 수지 일대 미분양 아파트가 이같이 일시에 소진된 것은 ‘판교’덕택(?)이다.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을 웃돌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판교 바로 아래에 있는 용인 수지 일대가 갑자기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미 건설회사 관계자들이 로열층의 미분양 물량을 대거 빼돌려 일반에게 선착순으로 분양되는 물건 자체가 거의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실제 경남 아너스빌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20여명의 ‘떳다방’ 소속 브로커들이 모델하우스에서 허탕치고 나온 손님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며칠전 경남 48평형 팬트하우스가 3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면서 “39평형은 인기가 좋아 물건을 구하기 어렵고 33평형 4층이 800만원의 웃돈이 붙어 나와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LG신봉자이 3차도 층수에 따라 500만∼15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뒷거래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모델하우스에서 분양가에 살 수 있는 물건을 비싼 값에 불법거래를 통해서 살수밖에 없는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용인시는 지난 2003년 6월부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하다. 미분양 아파트 웃돈거래 역시 정부가 중점을 둬 단속하고 있는 불법 거래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가계약 상태에서 타인에게 넘기거나 선착순으로 분양해야 할 미분양 아파트를 임의로 빼내서 웃돈을 받고 파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면서 “조사를 벌여 적발될 경우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
jsham@fnnews.com 함종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