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문화 >

[호주 멜버른]‘100살 기관차’타고 숲속여행



【멜버른(호주)=장승철기자】드넓은 평원이 시야를 한껏 메운다. 자연과 호흡하듯 대지를 뒤덮은 녹음은 한쪽에서 이는 바람에 가볍게 손짓한다. 피부에 와닿는 서늘한 바람은 이내 이곳이 적도 남단의 전형적 초가을 날씨임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변덕스럽지만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부서질듯 몰아치는 해안의 강한 파도, 그리고 청정을 자랑하는 온갖 생태계 등에는 자연에 순응하려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겸손’이 물씬 베어있는듯 하다.

이처럼 자연과 공존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예술·문화·축제의 중심도시로, 또 세계 최고의 삶의 질을 자랑하는 도시로 우뚝 성장한 이 곳, 여기는 빅토리아주 멜버른이다.

멜버른은 지난 1850년 금을 캐기위해 몰려든 광부들이 마을을 구성한 전형적인 골드러시 타운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금광이 문을 닫았지만 당시 ‘한 몫’을 거두려는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 현 멜버른의 태동이 됐다.

당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으면 멜버른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발라랏(Ballarat)의 소버린 힐(Sovereign Hill)을 찾아가보자. 지난 1970년에 문을 연 소버린 힐은 19세기 말 금광촌의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우체국, 빵집, 사진관 등 당시의 다양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한켠에서는 땅밑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따라 직접 사금을 채취해보는 이색적인 경험도 만끽할 수 있다.

또 밤에는 지난 1951년 사금을 갖고 폭리를 취하려는 기업주를 향해 광부들이 일제히 폭동을 일으킨 모습을 재현하는 ‘남십자성의 혈투’라는 연극이 무대에 올려진다. 한해 약 50만명이 찾고 있는 소버린 힐의 입장료는 어른 1인당 29.50 호주달러(하루당)며 수익은 대부분 발라랏 지역 발전을 위해 환원되고 있다.

소버린 힐을 통해 멜버른의 기원을 찾았다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를 통해 빅토리아주의 과거를 되짚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단 지롱(Geelong)에서 와남불(Warrnambool)까지 장장 43㎞에 달하는 해안 고속도로를 지칭한다. 이는 지난 1919년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되면서 3000여명의 귀향 군인들을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할 목적으로 시행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중 하나다.

13년간에 걸쳐 완공된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광활한 남녘 바다를 배경으로 천연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한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아폴로 베이(Apollo Bay)에 위치한 12사도(Tweleve Apostles)는 단연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끼고 있는 대부분의 해안 절벽은 사암으로 이뤄져 남단에서 불어오는 강한 파도와 바람에 쉽게 깍여진다.

이로 인해 아폴로 베이 부근에는 육지에서 떨어져 나온 총 12개의 거대 암초들이 수면 위에 솟아 있으며 각 암초들마다 로크아드 고지, 런던 브리지, 순교자의 만 등 고유 별칭을 갖고 있다.

아폴로 베이에는 헬기 투어장이 자리잡고 있어 자연이 연출한 빼어난 전경을 하늘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수 있다. 헬기투어 입장료는 1인당 70∼150 호주달러이며, 가격은 루트별로 다르다. 아폴로 베이 지역은 좁은 협곡들이 많아 파도가 강해 바다 수영은 위험하다. 사암으로 이뤄진 탓에 일부 지표면이 불안정하다는 안내 표지판은 아직도 풍화가 진행중임을 암시한다.

자연의 강력한 맥박을 감지했다면 이제는 차분한 마음으로 오세아니아주 특유의 녹음을 느껴보자. 멜버른에서 동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휴양지 단데농이 있다. 우거진 관목들과 푸른 계곡등에 둘러싸인 단데농은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추억 어린 오스트레일리아의 과거를 되새겨보기 알맞은 곳이다. 특히 단데농에 도착하면 100년간 운행되고 있는 빨간색 증기 기관차 '퍼핑 빌리'를 타고 숲속 여행을 떠나보자.

매일 4차례 운행되는 증기 기관차는 벨그레이브 역을 출발해 에메랄드 호수 구간까지 약 15㎞를 반복 운행한다. 기차에는 창문이 없어 손쉽게 창가에 걸터앉아 살아 숨쉬는 산림을 그대로 느낄수 있다. 건널목, 다리 등을 통과할때는 증기 기관을 보려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면서 탑승객들과 반가움을 주고 받는다.

한편, 근처 야라(Yarra)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힐즈빌(Healesville) 야생동물원이 자리잡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만 볼수 있는 코알라와 캥거루, 왈라비, 뭄바트 등이 인간과의 어색한 경계를 접고 입장객을 곁에서 맞이한다.

이같은 순수 자연이 형형색색으로 각기 뿜어내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만의 독특한 향기에 흠뻑 젖어보자. 하늘, 바다, 그리고 우거진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순진한 이들의 ‘여유’를 이곳에서 잠시 빌려보는 것은 어떨까. 뿌리내린 서구문명과 남반구 특유의 푸른 전원이 공존하는 신세계, 여기는 멜버른이다.

/sunysb@fnnews.com
■여행 길라잡이

▲교통= 한국과 멜버른을 잇는 직항 노선은 아직 없다. 때문에 홍콩을 경유하던지, 아니면 시드니를 경유해서 멜버른을 들어오는 방법이 있다. 여행 관계자들은 멜버른 행을 위해선 홍콩 경유가 비교적 빠르다고 주문한다. 청사 이동 거리가 비교적 짧기 때문. 인천공항에서 홍콩 첵납콕 공항까지는 약 3시간30분, 홍콩 첵납콕 공항에서 호주 멜버른 공항까지는 약 9시간이 소요된다. 공항에서 멜버른 시내까지는 약 40분 걸린다.

▲상품= 가야여행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신혼 여행객들을 위한 ‘멜버른 허니문 상품’을 내놓았다.
3박5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토·일·월요일 출발한다. 비용은 1인당 169만원으로 소버린 힐, 와일드 라이프 파크, 그레이트 오션 로드, 멜버른 관광이 포함되며 일정 마지막 날에는 시드니 주요 명소를 거친다.

■사진설명

녹음이 선사한 포근한 안식과 아릇한 옛 길에 대한 짙은 향수가 철로위에 살며시 녹아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단데농에 위치한 관광 증기 기관차 ‘퍼핑 빌리’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