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소위 ‘3세대 경영인’이다.
고 최종건 SK 창업자와 최종현 회장을 잇고 있지만 국내 다른 재벌그룹 후계자와는 다르게 전문경영인의 이미지가 짙다.
최근 경영자로서 최회장이 보여준 실제 모습은 제왕적 ‘총수’라기 보다는 ‘경영현장의 최고책임자’에 가깝다.
이사회에서는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또 회장으로서는 현장방문을 통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전문경영인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걷고 있다.
SK㈜ 사외이사인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은 최회장을 “이사회 석상에서 재벌 오너라기보다는 최고경영자(CEO), 전문경영인으로 대하고 있다”며 “(경영전반에 대해) 큰 그림이 있는 CEO”라고 표현했다.
실제 최회장은 SK㈜ 이사회에서 총 10명의 이사 중 한 사람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상당히 말을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토론을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이 SK㈜ 이사회의 특징이다.
최회장은 그러나 회사 내 회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적극적이다. 수시로 현장을 방문, 직원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이같은 최회장의 ‘현장 중시?세일즈 경영’은 SK㈜의 사상 최고 실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이달 초 열렸던 주총에서 소버린을 압도적 표차로 따돌린 원동력이 됐다.
◇1년 경영, 현장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마무리=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새해 첫날 울산 사업장을 방문, 근무중인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장경영은 시기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뤄졌으며 연말인 12월31일에는 서울 서린동 본사 임직원들을 만나기 위해 전층을 돌아다녔다.
최회장의 현장경영 특징은 수시로 이사회를 대동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이사회가 구성된 이후 열린 16차례의 정기이사회 중 2차례는 울산 사업장과 중국에서 개최, 현장중심의 일하는 이사회를 구현했다.
최회장은 이사회 멤버이자 대표이사로서 직접 사외이사들에게 현장감 있는 회사의 경영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거의 한달에 2번 이상 사업실적과 계획, 그리고 주요 현안 등에 대한 브리핑을 직접하기도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임직원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했다.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에 매주 토요일 최회장은 CEO들과는 물론이고 관련 임직원과 3∼4차례 토론을 벌였다.
또 전 임원, 팀장급 간부, 신규로 선임된 부?차장, 신입사원 등 임직원들과도 30여차례 토론을 펼쳐, ▲강한 기업 ▲신뢰받는 기업 ▲행복한 사회 기여 등 3가지의 추구가치를 설정, ‘행복 극대화’라는 모델을 설정했다.
◇‘총수’아닌 ‘경영인’으로 해외 IR 등 직접 주재=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70%까지 확대하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획기적 전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K㈜는 최고경영자가 해외 투자가와 직접 만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문경영인이 해외투자자를 직접 만나는 것은 드물지 않지만 오너 겸 최고경영자가 투자자를 직접 찾아다니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회장은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캐피털 투자전략회의에 참석, SK㈜의 지배구조개선 실적과 상반기 사업실적을 설명하기도 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을 수행한 시기는 모스크바 현지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미국 기업설명회(IR)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회장은 해외 IR 대상은 단순 투자자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 자원개발 등 에너지 관련 외교에서는 민간의 목소리로 국익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SK㈜가 국내 최대 민간 석유개발전문 에너지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에너지자급률 10% 수준 달성’을 위해서는 민간기업들이 나서야 한다는 SK㈜ 임직원 전반에 깔려있는 공감대가 큰 역할을 했다.
실제 최회장은 지난해 9월 노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 러시아지역 유전개발을 놓고 현지 기업인들과 논의했고 10월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남동부 해상 푸칸분지 광구의 신규개발 참여를 협의하기도 했다.
이밖에 쿠웨이트 알 사바 총리, 예멘 바리바 석유장관 등 최회장이 만나 협력을 모색한 에너지 관련 국제 인물들은 한두명이 아니다.
◇‘세일즈, 현장 경영’이 한국 기업에게 주는 의미=이번달 초 진행된 SK㈜ 정기주총에서 SK는 소버린을 압도적 표차로 따돌리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같은 성공에는 ‘사상최고’라는 실적이 1차적 원인이겠지만 ‘제왕적 총수’라는 이미지를 벗고 ‘지배구조개선을 이끌며 현장과 세일즈를 중시하는 경영인’으로 탈바꿈한 최회장의 역할도 컸다고 분석된다.
따라서 ‘3세 경영’으로 전환하면서 외국자본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써 SK와 최회장의 행보를 되새겨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회장과 SK의 위기극복 전략은 앞으로 외국자본의 끊임없는 공세와 경영간섭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 기업들의 대응전략이라는 점에서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최회장의 ‘탈제왕적 총수’론과 ‘세일즈, 현장경영’이 벤치마킹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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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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