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가장 큰 동물이 고래다. 이 고래의 포획 여부를 놓고 전세계 61개 국가 1만여명의 전문가들이 울산광역시에 모여 지난 27일부터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다.
이달 24일까지 무려 29일간이나 회의가 계속될 예정이라니 고래 덩치만큼이나 할 말이 태산같은 모양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이 고래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반면 미국을 위시한 다른 국가들은 “고래를 포획하면 못써”를 외치고 있다.
고래는 고래목에 속하는 젖빨이 동물로서 종류는 분류학적으로 아직 해명되지 않은 것도 있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대략 79종(부경대학교 박구병 교수 주장)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래를 젖빨이 동물로 분류하지 않았으나 1758년 스위스의 박물학자 린네가 고래를 젖빨이 동물로 분류함으로써 고래는 포유류로 편입됐다.
어구어법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에 인간과 고래는 서로 먹고 먹혔던 게 분명하다.
조선 영조때 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한 어부가 고래에 삼켜져 뱃속에 들어갔다가 칼을 휘둘러 뱃속을 베었더니 고래가 그를 토(吐)해내 살아나기는 했으나 머리가 뱃속에서 데어서 대머리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는 고래 암각화도 있다. 암각화 중에는 작살이 고래 몸에 꽂혀 있는 것, 뒤집혀 있는 것, 사람이 많이 탄 배에서 던진 작살에 맞은 것 등 여러가지가 있다. 고래는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기구한 팔자를 가지고 태어난 모양이다. 식용으로도 모자라 약용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조선 세종 15년에 완성된 의서 ‘향약집성방’에는 돌고래를 ‘물가치’라고 명명해 놓고 기력이 쇠한 사람이 고래고기를 먹을 경우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고래 중에서 왕고래는 대식가로 어민들에게 악명이 높다. 왕고래는 크릴새우를 주로 먹어치우는데 하루에 5∼8t을 거뜬히 뱃속에 집어넣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민들은 고래를 ‘원수 내지는 적’으로 보 고있다. 이 ‘원수’같은 고래가 수분함량이 41∼51%(우유 90∼91%)에 불과한 반면 지방은 34∼37%나 돼 우유보다 8∼10배 가량 풍부하기 때문에 어민들에게 포획대상 명분이 되고 있다.
한동안 고래를 잡지 않은 덕분에 동해안을 중심으로 고래의 개체수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다. 나날이 늘어만 가는 고래들이 먹어치우는 크릴새우의 절대감소는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다.
고래가 지나간 자리엔 물고기를 볼 수 없을 정도라는 게 어민과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우리 정부와 어민들은 “고래 개체수를 적정한 선에서 유지시키는 것만이 어족자원도 보호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경보호론자들의 ‘잡지 말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고래 팔자가 필지 말지’ 이번 회의 말미에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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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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