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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자금‘투기화’심하다…돈되면 부동산·금 가리지 않고 OK



저금리현상 지속으로 해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급증하면서 올들어 5월말까지 18개 공모주청약에 평균 수백대 1의 경쟁률과 함께 15조원이 몰린 것을 비롯해 부동산, 펀드, 금, 외환 등 ‘돈이 된다’고 소문이 나는 곳에는 반드시 ‘머니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가고 있다.

가계금융자산이 1300조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처럼 갈곳없는 부동자금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몰려다니면서 자금흐름의 왜곡현상과 사회적 불안을 야기해 효과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투자처 찾지 못한 부동자금 410조원=부동자금이란 일정한 자산으로 붙박여 있지 않고 투기적 이익을 얻기 위해 시장에 유동하고 있는 대기성 자금이다. 대개 ‘6개월 미만의 단기성 자금’을 의미한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MMF를 비롯한 부동자금으로 분류되는 각종 단기금융상품은 지난 2000년 276조원이었으나 지난해 398조원으로 급증했고 올들어 4월말 현재 410조원을 돌파했다.

물가상승률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시대에 접어들고 ‘은행이 금고’로 전락하면서 자금의 부동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자금은 주택시장에서 실수요자의 진입을 막고 경제 전반에 원활한 자금흐름을 차단, 동맥경화 현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한국은행 통화금융팀 김인섭 차장은 “부동자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원인은 장·단기금리 격차가 없어 굳이 장기로 넣어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되는 한계금리 수준까지 낮아져 통화량을 늘려도 소비·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폐해를 끼친다”고 말한다.

◇돈 된다면 분야 가리지 않고 몰려=지난 1월 현대증권이 국내최초로 출시한 ‘부동산경매펀드 1호’는 판매 개시후 10여분만에 1000억원의 공모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현대증권은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을 차마 돌려보낼 수 없어 500억원을 추가 설정했고 이마저도 순식간에 팔렸다.

지난 4월 동양종금증권이 판매한 부동산자산유동화증권(ABS) 550억원어치가 판매 개시 20초만에 팔려 회사측을 놀라게 했다. 뿐만아니라 기업들의 자금사정 호전으로 우량회사채가 발행품귀 현상마저 빚는 등 부동자금은 0.1% 금리라도 더주는 금융상품을 찾아다니고 있다.

공모주청약은 단기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연 인기다.공모주 시장이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던 지난 1월 12개사 공모주청약에 모두 8조원 이상의 자금이 쏠리는 등 올들어 모두 18개 기업의 공모주청약에 15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지난 2월 한국과 영국에 동시 상장된 금호타이어의 공모주 청약에는 250대1의 경쟁률과 함께 2년만의 최대인 2조8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5월 분양한 인천 송도 더샵 퍼스트월드 주상복합단지 내 오피스텔에는 4만2520명이 청약했으며 이틀동안 청약금만 4500억원에 달했다. 특히 55실이 공급된 3군은 1만3049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237.3대 1이나 됐다.

정부가 아파트를 규제하자 지난달 경기 양주시 덕계동 임야(96평)가 감정가인 1585만원보다 673%가 높은 1억670만원에 낙찰된 것을 비롯해 토지의 평균 낙찰가율이 101.61%에 달하는 등 토지경매시장으로 부동자금이 이동했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27일 1000만달러 한도로 판매를 시작한 ‘위안화 외화예금’이 영업일수 3일만에 마감되었고 최근들어서는 틈새시장을 겨냥한 선박펀드를 비롯해 금·기숙사·항공기펀드 등 각종 펀드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세제혜택으로 부동자금 건전화 유도해야=전문가들은 이같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부동자금의 투기화를 근절하기 힘들다며 세제지원 등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즉,시장기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세제혜택을 통해 부동자금이 생산부문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부동자금을 건전한 자금으로 유도시키려면 기업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세제상 혜택이 필요하다”면서 “은행자금의 금리나 투신사의 장기상품에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선임연구원은 또 돈 굴릴 곳이 없는 금융기관들을 위해 모기지론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기지론이 활성화되면 장기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금융기관들의 장기채권인 MBS채권 발행이 활기를 띠게 된다”면서 “이럴 경우 매수주체인 연기금이나 보험사들도 자연스럽게 장기자금화할 수 있고 주택시장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