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복수초, 깽깽이풀, 일월비비추, 산마늘, 두메부추, 왕원추리, 맥문동, 가박살나무, 수련, 창포, 자운영, 솜다리 등 이름만으로는 생소한 야생화 500여종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곳, 그래서 골프장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야생화 생태단지가 더 어울리는 그곳에 가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자연 원형 보존율 40%를 자랑하며 최근 국내 골프장의 야생화 단지 조성 붐업의 진원지가 된 경기 여주의 캐슬파인GC(대표이사 오성배)의 테마다.
지난해 3월에 개장한 18홀(파72) 규모의 캐슬파인GC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택식물원(경기도 용인시 백암면)과 제휴해 생태공원, 산책공원, 허브원, 습지원, 바위원, 암석원, 구근원 등 총 7개의 테마로 구성된 야생화 생태단지를 조성함으로써 개장초부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천편일률적인 국내 골프장의 조경에서 탈피해 우리의 토종 야생화를 식재한다는 것은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었던 셈. 외래산 화훼에 비해 시각적, 후각적 효과가 너무 뛰어나 특히 여성 골퍼들의 눈길과 발길을 떼 놓을 수 없게 하고 있다. 게다가 코스 관리 측면에서도 수초를 식재한 워터 해저드는 녹조가 방지되고 법면은 자연스런 복원이 가능해져 한 마디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다 주면서 이 골프장은 골퍼들 사이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캐슬파인GC는 향후 2, 3차에 걸쳐 총 1000여종의 야생화를 더 식재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데이비드 레인빌이 설계한 이 코스의 특징은 페어웨이가 켄터키 블루라는 양잔디로 조성되어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사계절 푸른 잔디에서 라운드가 가능하다는 게 이 코스의 메리트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역적 특성을 살려 2000여평에 이르는 양잔디 육성 종묘장을 별도로 둬 즉각적인 페어웨이 보수는 물론 인근 골프장들에게도 그것을 공급해 주고 있다.
이 골프장의 또다른 특징을 꼽으라면 ‘야누스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국내 골프 코스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반면 창의적 코스 설계로 인해 강한 도전욕이 저절로 생겨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디자인의 다양성(design variety), 기억성(memorability), 미학성(aesthetics)이 뒷받침한다. 그 중 레이크 8번홀(파3·191야드)은 크로커다일형의 벙커와 그린 주변의 웅장한 마운드, 그리고 그린 후면의 수목들이 어우러져 이 골프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로 평가를 받고 있다. 밸리 6번홀(파5·618야드)은 가장 어려운 홀로서 길면서도 우도그렉인데다가 그린 정면 100m 지점에 워터 해저드까지 있어 장타와 정확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홀이다. 또한 이 코스의 최고 명품홀로 평가 받고 있는 밸리 2번홀(파4·414야드)은 협곡 건너 양쪽으로 갈래머리를 하고 있는 웅장한 암석이 장관을 이루는 홀이다.
산 좋고 물맑은 마감산 자락이라는 입지적 특성을 살렸다는 흔적 또한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부분의 음식물 재료를 청정지역인 여주의 농산물로 대체하고 있는 클럽 하우스 그릴은 뷔페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스타트 하우스의 생맥주와 바베큐가 있는 테이크 아웃은 이 골프장에서만이 만끽할 수 있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산 아래에서 피어 오르는 아침 안개가 계곡사이로 오를 때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회원 전용 게스트하우스, 각종 회의 및 세미나를 위한 완벽한 설비를 갖추고 있는 세미나실, 삼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발 아래로 펼쳐지는 천혜의 풍광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글래스 룸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운영면에서도 이 골프장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개인 회원의 날을 운영해 생일, 결혼 기념일을 맞이한 회원 입장시 동반자에 한해 회원대우를 해주고 있으며 지정 캐디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희망자는 예약시 캐디를 지명하면 된다. 또한 골프와 예술의 접목 차원에서 업계 최초로 누드 크로키 행사를 주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클럽 정문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는 여성 로드 가이드의 미소는 캐슬파인이 고객에게 전해주는 기분 좋은 마지막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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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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