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한반도로 몰려들고 있다. 제주도 북제주군 김녕마을 연안에는 큰돌고래떼가 자주 출현하는가 하면 경북 영덕과 포항 인근 앞바다에서는 참돌고래와 흑범고래 등 다양한 고래떼가 무더기로 발견된다. 지난 86년부터 상업 포경이 전면 금지된 이후 한반도 인근 해역은 어느덧 ‘고래 마을’로 변한 셈이다.
포유류라는 공통점을 안고 인류 역사와 친숙한 시간을 보내온 고래. 한반도에 다가선 이들의 모습이 오는 22일 오후 10시에 방영되는 KBS 1TV ‘환경 스페셜’에서 공개된다.
이날 방영될 ‘마을로 온 고래’편에서는 우선 한반도로 접근한 고래의 규모를 확인해본다. 최근 3년간 한반도 연안에서 포획 또는 혼획(고래가 그물에 걸려 잡히는 것)된 고래는 확인된 것만도 510여마리. 특히 올 들어서는 부쩍 늘어 무려 121마리의 고래가 잡혔다. 또 다른 자료로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지난 4월부터 한달간 동해 연안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밍크고래 등 총 8종 5302마리의 고래가 발견됐다.
고래들이 한반도로 몰려드는 것은 산란에 필요한 풍부한 먹이 때문이다. 제작진은 북제주 김녕마을 연안에 모인 큰돌고래가 성산포 인근 해안을 번식지로 활용하는 것을 알아냈다. 제작진은 생후 6주∼3개월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는 큰돌고래의 새끼와 새끼 몸에 부착된 탯줄을 촬영하는데 성공, 이를 고래 연구가의 자문을 통해 제주 앞바다가 큰돌고래의 번식지임을 확인했다.
육지로 한걸음 다가선 고래들은 결코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김녕마을 어민들은 이들 고래가 해안에서 20㎞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활동한다고 말한다. 해녀들은 자신들이 바다에서 일하는 동안 해를 끼치기는커녕 해녀의 말까지 알아듣는다고 말한다. 고래가 어느새 해녀들의 ‘바다 친구’가 되어버린 생생한 현장을 찾아간다.
그러나 이처럼 한반도 인근의 고래서식은 상업 포경의 재개 논란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크다.
거대한 포경 시장을 이루던 울산시 장생포 항은 상업 포경 금지조치로 쇠락의 길을 걷는 처지. 이들 주민은 상업 포경 재개를 각종 기관에 탄헌까지 해놓은 상태다. 특히 20일부터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를 앞두고 상업 포경 재개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프로그램은 고래 보존과 포경 허용 사이의 갈등을 어떤식으로 풀어야할 지도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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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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