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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론]반기업 정서 해소하려면/강종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원



우리나라의 반기업 정서는 뿌리가 깊다. 반기업 정서는 그간 수면 아래 잠잠했으나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현재의 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보다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반기업 정서의 원인으로 우리나라 학교의 경제 교육을 질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질책의 목소리는 많으나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는 경제 교육에 대한 당사자가 분명하지 않은데 있다. 따라서 반기업 정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경제 교육의 대상과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먼저 경제 교육 대상부터 살펴보자. 경제 교육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중·고교용 경제 교과서를 문제삼는다. 이들은 잘못 기술된 교과서가 경제 회생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즉 경제 회생을 가로막고 있는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가 바로 중·고교 경제 교과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들 비판자들은 결국 경제 교육 대상을 중·고등학교 학생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나친 단견이다. 그 이유는 우선 이들 학교 경제 교육이 국민을 설득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고등학교 경제 과목은 수능시험 사회탐구영역 11개 과목 중 하나에 불과하다. 더욱이 학생의 선택 비중도 27% 수준으로 매우 낮다. 그러므로 이처럼 미흡한 경제 교육이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에 우리나라 반기업 정서는 교과서 문제라기보다 사회·문화 현상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반기업 정서를 타파하는 데는 학생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경제 교육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경우 중·고교생에 대한 경제 교육도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 경제 교육 주체를 보자. 만약 교육 대상이 중·고교생에 한정되면 교육 주체는 교재 집필자를 포함한 교육 당국과 교사가 된다. 이에 비해 교육 대상을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면 교육 주체는 재계·학계·언론계 및 시민단체까지 넓어진다. 이 점에서 재계를 비롯해 일부 학계·언론계 및 시민단체가 학교 경제 교육만을 문제 삼는 것은 반기업 정서에 대한 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현행 학교 경제 교육을 두고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는 곳은 재계다. 실례로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고교 교과서에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와 기업의 본질, 기업가 정신 등을 올바로 기술한 내용이 절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부족이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공회의소는 관련 교육과정 개정을 교육 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도 재계의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얼마 전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가 전국 대학의 경제·경영학 교수 160명을 대상으로 3개 경제 관련 교과서 내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대상 교수 61%가 시장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쓴 경제 교과서가 반기업 정서의 주요 원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답변은 결국 재계와 마찬가지로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까지 반기업 정서의 뿌리를 학교 경제교육 탓으로 돌린 셈이다. 대다수 언론도 관련 시민단체와 학계의 설문조사 결과를 지지하고 있다. 이는 국민을 이해시켜야 할 재계와 학계·언론계·시민단체 상당수가 부여된 소임을 교육 당국에 전가하는 처사다. 그리고 소임 전가로서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조장해 온 일부 반기업인·정치인·학자들에게 면죄부를 제공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는 학교 교육보다 정치·경제·사회 및 문화 현상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학교 경제교육의 시정은 교육 당국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정치권·재계·학계·언론계 및 시민단체는 스스로를 정화하는 한편, 일반 국민에 대한 경제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