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0일 서울 강남·송파와 경기도 분당·용인, 경남 창원 등 전국 266개 아파트단지에 대해 일제히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한 것은 “투기는 끝까지 잡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세청의 이같은 단호한 세무조사 의지 천명은 강남지역의 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을 투기적 가수요가 가세한 데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자금출처 조사 등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투기사범 끝까지 잡아낸다
국세청은 투기적 가수요의 예로 5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특정지역 아파트를 매집하는 투기세력이다. 이들은 10여명이 투자그룹을 형성해 특정단지의 특정평형을 집중 매입하거나 제3자 명의로 등기 또는 가등기 등을 이용하는 경우다.
또 전세나 연 1∼2% 미만의 월세를 받는 임대업은 명분에 불과하고 임대사업자라는 신분으로 다수의 아파트를 매입, 전매하는 경우다.
이밖에 ▲미결혼 자녀 또는 노인 및 친인척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타지역 거주자가 특별한 연고없는 지역에서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실수요자가 아니면서 지가 급등지역에 아파트를 취득하는 경우 등을 국세청은 꼽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예를 들어 지난 15일 분양된 창원 시티세븐의 경우 분양현장에 서울 등 외지에서 온 관광버스가 10여대에 이르는 등 이른바 ‘떴다방’과 전문 투기세력이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분양 계약자 명단을 구해 타인명의로 여러채를 분양받은 투기세력을 중점 색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기=세금탈루’ 등식 깬다
이번 국세청의 투기세력 발본색원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전군표 차장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투기적 가수요 취득자에 대해선 자금흐름을 끝까지 추적조사할 방침”이라면서 “매입한 아파트의 자금 원천뿐만 아니라 그간 취득한 모든 재산의 원천도 함께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이같은 의지는 ‘투기=세금탈루’라는 등식을 깨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국의 1만3000여곳의 아파트단지중 4∼5월중 투기 발생지역으로 분류된 266곳의 단지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벌이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서울 강남?송파, 경기 분당?용인?안양, 창원 등으로 이들 단지의 아파트 취득자중 투기적 가수요 혐의자 652명을 골라냈다”면서 “앞으로 중점적인 세무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6월 2차 조사에 이어 7월 3차 조사를 예고함으로써 ‘투기세력’에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도 전달해놓았다.
■자금 출처 조사가 핵심
이번 세무조사의 특징은 취득 자금의 출처 조사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양도세 등의 탈루보다는 취득 자금의 원천 규명을 위해 자금의 흐름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취득자의 과거 소득이나 재산양도대금에 비춰볼 때 취득능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취득자금이 무엇인지 엄격히 가려낼 작정이다.
또한 해당 아파트의 자금 원천뿐 아니라 그동안 취득한 모든 재산의 취득자금 원천도 함께 추적한다는 것도 국세청의 투기 발본색원 의지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련사업장이나 관련기업의 세금을 탈루해 부동산을 취득했는 지를 가려내 사업장과 기업도 함께 조사함으로써 부동산 투기의 ‘뿌리’를 뽑을 생각이다.
이런 조사를 통해 이중계약서 작성, 차명계좌를 이용한 자금세탁 등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 등이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고 명의신탁에 의한 부동산 실명법 위반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한편 대출규정을 어기고 과도한 담보대출이 이뤄지게 한 금융기관과 위반자는 금감원에 통보, 대출금 회수 등 동시다발적인 조치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게 국세청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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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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