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승부의 순간에 발휘되는 ‘위대한 승부사들의 기질’을 뜻하는 ‘킬러본능’.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킬러본능은 승부의 세계에서 꼭 필요한 자질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킬러본능은 비단 스포츠의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
자기계발 전문 컨설턴트인 정해윤씨(미트라스 컨설팅 대표)는 ‘인생의 성공을 결정짓는 킬러본능’에서 패배의 두려움을 모르는 킬러만이 성공을 쟁취한다며 우리 안에 잠든 킬러본능을 일깨워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킬러본능이 스포츠 심리학에서 출발했지만 스포츠를 넘어서 경쟁관계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말한다.
축구 골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공격수, 도덕적으로는 청렴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지도자, 애사심은 높지만 실적이 낮은 세일즈맨….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동정하기는 하지만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킬러로서 부적격한 사람들로 지탄을 하게 된다.
킬러본능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은 전설적인 액션스타 이소룡(브루스 리). 그는 중국전통무술과 서양의 복싱, 한국과 일본의 무술을 혼합한 절권도를 창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그의 삶의 철학인 킬러본능을 강조했다. 무술의 본질을 격투의 와중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파악했던 그는 전통적인 동양무술이 싸우기 위해 싸우는 무사정신에 몰두할 뿐, 이기기 위해 싸우는 킬러본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통적인 수련방식 대신에 철저하게 승부에 집착하는 본질을 추구했다.
이소룡은 자신의 출세작이었던 영화 ‘정무문’에서 거구의 러시아 레슬러에게 꼼짝없이 제압을 당한 순간, 이빨로 물어뜯으며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행동은 전통적인 무협영화의 주인공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킬러의 입장에서 본다면 본능에 가장 충실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유교의 전통에 젖어 있는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이같은 킬러본능을 싫어한다. 요즘 정부와 서울대간에 벌이고 있는 신입생 선발방식과 관련한 견해 차이도 킬러본능을 중시하는 대학측과 킬러본능을 죽이고 평준화를 지향하는 정부와의 의견차이에 다름아니다.
저자는 “공교육은 ‘보편성’과 ‘통일성’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튀어야 산다’를 모토로 하는 킬러들의 성장과는 크게 어긋난다. 산업화를 이미 이룩한 국가들이 공교육을 실시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치는 문제점은 하향평준화로서 벽돌과 같이 동일하게 생산된 학생들은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따라서 개인의 모난 부분을 더욱 모나게 해주는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개인의 교육 주도권을 회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명히 우리 모두에게는 식욕과 성욕처럼 우리 생존을 위해 작동하는 힘의 원천인 ‘킬러본능’이 남아 있다. 내부에 잠재된 킬러로서의 본능을 일깨워 탁월한 승부사가 되어보자. 그래야만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처럼 인생 전반기는 ‘성공하는’ 킬러로서, 인생후반기는 ‘존경받는’ 리더로서 멋지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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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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