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및 소형 오피스텔 과잉 공급으로 서울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원룸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특히 각 대학들이 방학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8일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주변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학가의 원룸과 오피스텔은 매물이 많지만 소화는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월세 위주였던 원룸시장에 전세도 등장하고 있으며 임대료 및 매매가의 시세하락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원룸이 많이 몰려있는 신촌 지역이 특히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일대는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등 대학들이 밀집해 있고 광화문, 여의도 등 주요 도심과도 가까워 학생과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은 편이었지만 불경기에 지난 2000년 이후로 공급이 과잉돼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신촌 아남 부동산 관계자는 “수요는 소폭 줄었으나 최근 마포 한화 오벨리스크 등 이 일대 오피스텔 공급이 급증해 원룸과 오피스텔의 물건이 잘 소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때문에 월세를 선호하던 임대업자도 전세로 돌리고 있고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촌 소재 A 오피스텔 17평형의 임대료는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45만원선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월 5만원, 2∼3년 전에 비해 월 20만∼30만원 정도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신촌 지역 원룸·오피스텔의 과잉 공급분을 미취업 대학생들과 기러기아빠, 미혼 직장인들이 메워주고 있어 추가 하락은 없다는 판단이다.
한국외대·경희대·한국예술대학 등이 있어 원룸·오피스텔 수요가 꾸준한 이문동·회기동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문로에 늘어선 오피스텔 입구에 ‘전세 환영’이라는 문구가 여러군데 붙어 있다. 전세 수요라도 월세로 전환해야만 입주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딴판인 셈이다.
원룸 및 소형 오피스텔 시장은 주로 퇴직자들이 지어서 임대수익으로 생활비를 충당했기 때문에 전세 기피 현상이 강했다. 때문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세는 구할 수 없었고 대부분 월세 위주로 거래됐었다.
이 지역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임모씨(29)는 “이곳으로 이사올 때까지만 해도 전세를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전세로도 전환이 쉬워진 듯하다”며 “재계약 기간이 되면 전세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세 하락도 불가피하다.
인근 하나공인 관계자는 “늦게 원룸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대부분 대출받아서 원룸을 지었기 때문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전세 물량도 요즘엔 꽤 나오고 있다”며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 곳은 아직까지 타격이 없지만 오래된 원룸의 경우 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가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오피스텔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룸과 소형 오피스텔이 많이 몰려있는 송파구 신천동과 삼전동 일대는 대학가 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지역은 과잉공급으로 빈 오피스텔이 많다.
이 지역 럭키공인 관계자는 “신천동·삼전동 일대에 몇년 사이에 원룸과 오피스텔이 많이 공급된 것이 사실”이라며 “수요가 많았던 원룸 전·월세는 잘 소진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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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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