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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현장을 가다]이기용 대우건설 현장소장“고산지대 산사태 악조건 이겨”



사무실에서 안전모를 벗은 이기용 현장소장(48·사진)은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서인지 다소 여유있어 보였다.하지만 이소장은 “다울리강가 댐은 그야말로 목숨걸고 전쟁을 치르다시피 해 마무리 지었다”면서 “지금은 향후 댐공사 수주를 위한 또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에 진출한 후 벌인 첫 사업인 이번 댐공사를 ‘얼굴 마담’에 비유했다. 그렇다고 겉만 그럴듯하게 포장했다는 것이 아니다. 해외에 나가 벌이는 첫 완벽시공이 회사의 이미지를 좌우하고 향후 수주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인도에 대우건설의 기술을 각인시키기 위한 본보기였던 셈이다.

이소장은 “공사기간 안에 댐공사를 마무리해 발주처에 좋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면서 “발주처인 인도 수전력청은 품질·안전·공기에 모두 만족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다른 외국 업체들이 인도 건설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는 수익면에서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견적과 입찰까지 담당했던 이소장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가지마건설과 손잡고 사업을 따내는 수완을 발휘했다.지난 98년 입찰 당시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로 은행 등에서 보증을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가지마건설이 시도한 적이 없는 콘크리트 표면 파수(CFRD)공법 실적을 가지고 합작투자를이끌어냈다.

이소장은 “공사 입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일본 경협자금으로 이뤄지는 공사인만큼 일본회사와 같이 하면 입찰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해 가지마와 손을 잡았다”면서 “가지마는 지난 20년간 경쟁과 협력을 해온 회사이기 때문에 서로의 강점을 살리는 데 뜻이 맞았다”고 밝혔다.

고산지대에서 벌이는 공사여서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 많았다. 그는 “공사중 현장사무소에 수시로 돌멩이가 굴러 내려와 사무실 벽을 차고 나가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로인해 “이곳 직원들 사이에선 ‘인명은 재석(在石)’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인도 수전력청에서 이달 발주예정인 댐공사에 입찰을 준비 중인 이소장은 지금 자신감에 차있다. 경쟁입찰이지만 기술면에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기대하고 있다.

발전량이 다울리강가 댐의 2배인 이 공사부터는 이미지에 걸맞는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소장은 “첫 공사에서는 중장비 구입 등 초기 투입비용이 막대했지만 두번째 공사부터는 기존 장비를 이용할 수 있어 수익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0년이상 꾸준히 성장할 인도 댐 건설시장을 놓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수도인 뉴델리가 하루 서너차례씩 정전이 될 정도로 전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이소장은 “인도 정부도 향후 수력발전 비중을 3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어서 시장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막대한 경협자금으로 손쉽게 공사를 따내는 일본 업체를 보면 부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나라는 3년이상에 걸쳐 한 사업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지만 일본은 수억달러를 한꺼번에 쏟아 붇는다”면서 “한국도 경협자금의 덩치를 키워 국내업체가 해외에서 공사수주하는데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5년부터 인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소장에겐 댐 외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많다.
오랜시간 근무하다보니 곳곳의 틈새시장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주택시장도 활성화 되고 있어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고급아파트나 놀이시설인 테마파크도 지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얼마나 더 인도에 있을 계획이냐고 묻자, 그는 “다른 댐공사 수주를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지만 담당 임원으로서 인도와 인연을 계속 맺을 것 같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 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