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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수용소에 울리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국립오페라단 ‘나부코’ 공연



오페라를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도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로 시작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모르지 않는다.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제3막에 등장하는 이 합창곡은 소름끼치도록 절실한 갈망을 담은 노랫말과 선율로 이탈리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가(國歌)보다 더 유명한 민족의 노래로 통한다.

나라 잃은 히브리인들의 슬픔과 희망을 담고 있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가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 제작으로 오는 10월5∼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베르디의 출세작 ‘나부코’는 1842년 초연 당시 오스트리아 지배 아래 있던 상황과 결부돼 이탈리아 사람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 오페라 속에 등장하는 유대인에 대한 구원의 메시지 때문에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나치가 이 작품의 상연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시대 배경을 기원전 600년 바빌론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옮겨오는 색다른 연출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막이 오르면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상징하는 철조망이 가로 놓여있고, 철조망 너머의 관객은 독일군 감시 아래 오페라 ‘나부코’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유대인 포로들을 만난다.


연출을 맡은 다니엘 브누앙(프랑스 니스극장 예술감독)은 “실제로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은 저항의 수단으로 연극, 오페라 등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면서 “극중극 형식은 관객에게 좀 더 깊은 감정과 진정성, 사실성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작품에서 합창은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면서 “무대의 3면을 둘러싼 유대인 강제수용소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부르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핍박의 역사를 겪은 한국관객에게 또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또 연출을 맡은 다니엘 브누앙 외에도 베르디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다니엘 오렌(지휘), 러시아 태생의 세계적인 바리톤 보리스 스타첸코(나부코 역),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연주) 등이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3만∼20만원. (02)586-5282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