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목, 김기영, 이만희 등과 함께 전후 영화사를 이끌었던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신상옥. 자신이 평생 일구던 스크린에서처럼 납북과 탈출의 기이한 인생을 걸어왔던 그의 작품 세계는 인생 역정만큼이나 다양하다.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어두운 톤을 유지하면서도 밝은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EBS TV는 10월 한달간 ‘한국영화특선’을 통해 신상옥 감독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이번 ‘신상옥 감독 특집’을 통해 방영되는 작품은 총 5편. 2일 이미 방영된 63년작 ‘강화도령’을 비롯해 67년작 ‘다정불심‘(9일), 68년작 ‘내시’(16일), 70년작 ‘만종’(23일), 73년작 ‘삼일천하’(30일) 등 사극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극은 막대한 투자와 현대적 시각이 필요로 하는만큼 신감독의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오는 9일 방영될 ‘다정불심’은 노국공주에 대한 공민왕의 광적인 사랑과 신돈의 이야기를 영화한 것으로 화려한 의상과 세트, 수많은 군중, 전투 장면 등 당시로서는 좀처럼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물량이 선보여 돋보인다. 신감독의 부인인 최은희가 주연으로 등장하고 김진규, 박노식 등 60년대를 풍미했던 옛 배우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녹아 있다.
오는 16일 방영될 ‘내시’는 궁궐 안에서 왕의 시중을 받들며 생활하던 내시를 소재로 삼는다. 좀처럼 공론화되기 힘들었던 후궁과 내시의 사랑, 임금과 주변 여인 등 당시로서는 외설시비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던 작품. 신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32만명 관객 동원에 성공, 작품과 흥행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일거에 거머쥐었다.
오는 23일 전해지는 ‘만종’은 벙어리 부부의 인생 역정을 그린 멜로 드라마다. 스크린을 꽉 채우는 신감독의 연출력에, 주인공인 최은희와 김진규의 실감나는 연기는 영화의 미각을 한층 돋우고 있다. 이제 막 스크린에 데뷔해 청초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던 배우 김창숙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오는 30일 방영되는 ‘삼일천하’는 지난 84년 대한제국 당시 김옥균 등 개혁파 주도로 실행됐다가 실패하고 만 갑신정변을 그린 작품이다.
신영균, 신성일, 도금봉 등이 열연했으며 제10회 청룡상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신영균)을 각각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신상옥 감독 특집’은 고전 영화에 대한 향수와 거장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당시 기성세대에 아련한 추억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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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사진설명=EBS TV '한국영화특선'은 10월 한달간 영화감독 신상옥의 작품 세계를 들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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