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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환경시장, 위기와 기회/고재영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환경, 위기와 기회.고재영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전세계적으로 환경 관련 다자간 협약은 총 221개에 이르며 이중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협약, 생물다양성 협약 등 46개 협약에 가입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협약들이 지구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체결되고 있지만 결국 무역 규제를 위한 장벽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경제력의 약자는 계속 불리해지는 반면, 강자는 계속 유리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발효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나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발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제품의 환경성 규제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수은?납?크롬 등과 같은 유해 물질의 제품 함유를 금지하는 유해화학물질 사용제한지침(RoHS), 전기전자제품 폐기지침(WEEE), 자동차폐차 처리지침(ELV) 등의 EU 환경 지침이 잇따라 도입됨에 따라 전기·전자제품이나 자동차가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는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환경을 둘러싼 국제 논의는 선진국들이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에는 기회가 함께 존재하게 마련이다. 세계 경제가 환경을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이제는 친환경 공정 및 청정 소재·기술을 선점하는 국가나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다른 선발 개도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의미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각종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각국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면서 환경산업이 21세기의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세계 환경시장의 규모는 5890억달러(약 650조원) 수준이며 해마다 3%대의 성장을 거듭, 오는 2010년에는 7083억달러(약 7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환경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아시아 개도국의 환경 시장은 연 7% 이상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앞둔 중국은 2006년에서 2010년간 약 1600억달러(약 176조원) 이상을 환경 부문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황금 시장을 둘러싼 각축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앞선 환경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서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양자간 환경 원조와 대형 다국적 기업의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기술·산업도 과거의 압축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 양적?질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대기·수질오염 처리나 폐기물 관리 등과 같이 개도국이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환경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아시아 환경시장에 대해서는 지리?문화?정서적으로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우위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이징 한?중 환경산업센터와 베트남 대표사무소를 설치해 중국과 동남아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지난 2001년부터는 민·관 합동의 ‘환경산업 수출협력단’을 파견해 국내 기술의 홍보와 구매자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홍보는 아직까지 사회주의의 잔재가 남아있는 중국, 베트남과 같은 시장에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 외에도 초청연수, 공동기술개발 등을 해 환경에서도 한류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민·관의 공동 노력을 통해 환경산업의 수출 규모는 해마다 4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지난 2004년에는 약 8500억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다. 또 최근에는 스리랑카, 요르단 등의 환경시장을 창출해 국내 기업의 진출 기회로 제공하기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지원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환경시장을 둘러싸고 앞으로 10년 안에 시장의 판도가 새로이 짜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4∼5년은 우리 환경산업이 국부 창출에 기여하는 수출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를 결정할 중요한 기간이다.

교토의정서의 발효, 환경과 무역의 연계 확대, 그리고 환경규제의 강화 등 일련의 추세가 우리에게 적지 않은 과제를 안겨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지혜롭게 극복한다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효자산업의 출현을 맞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환경’은 기회이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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