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성재기자】진로발렌타인스(JBC), 진로발렌타인무역(JBIC), 페르노리카코리아 등 세계 2위 주류업체 페르노리카의 국내 3개 법인이 하나의 통합 법인으로 추진된다.
데이비드 루카스 JBC 사장은 지난 21일 제주도 그랜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페르노리카의 얼라이드 도멕 인수합병(M&A) 이후 문제점과 향후 추진과제 등을 밝혔다. 페르노리카는 지난 8월 영국의 얼라이드 도멕을 인수하며 세계 주류업계 2위로 일약 떠올랐다.
■하이트맥주 30% 지분이 통합법인 관건
현재 페르노리카가 한국 3개 법인의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문제는 다름 아닌 하이트맥주가 인수한 진로의 JBC 지분 30%.
페르노리카는 하이트의 입장을 기다리며 합병작업을 빨리 매듭짓고 싶어 하지만 하이트는 별 반응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하이트와 진로간 조직 정비가 우선이지 JBC 지분에 대한 논의는 차후 문제"라는 것이 하이트의 입장.
다른 아시아지역은 이미 페르노리카의 합병작업이 마무리 단계지만 아직 한국만은 시작에 머물고 있는 것도 '진로 지분 처리' 문제 때문이다.
루카스 사장이 "아직 하이트측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서로의 관계에 따라 모든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밝혀 지분 문제 해결에 따라 향후 통합작업 및 소송의 전망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30% 지분' 소송중인 JBC 입장
페르노리카가 얼라이드 도멕을 인수했지만 "아직 JBC를 인수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날 루카스 사장의 말처럼 JBC의 지분관계는 상당히 얽혀 있다.
지난 99년 당시 JBC를 설립하면서 얼라이드 도멕(70%)과 진로(30%)는 양사간의 '윈·윈 전략' 차원에서 각자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얼라이드 도멕은 한국내 유통 파워를 가진 진로에 '특별한 권리'를 허용했고 진로도 주인이 바뀔 경우 30%의 지분에 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JBC에 넘긴다는 약정서를 남겼다.
그러나 4년 뒤인 2003년 도멕이 30% 우선매수청구권의 법적 구속력을 부여받기 위해 진로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면서 둘 사이는 틀어졌다. 1심은 도멕이 승소한 반면, 2심에서 패소해 현재 대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루카스 사장은 "JBC의 30% 지분이 타업체에 넘어갈 경우 진로에 부여한 '특별한 권리'까지 넘어갈 수 있어 소송을 하게 됐다"고 당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합병 따른 구조조정 어떻게 되나
루카스 사장은 이날 "합병을 하더라도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인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둘이 합쳐 새로운 조직으로 탄생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막아보겠다는 루카스 사장의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합병 과정에서 중복업무나 부서의 직원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M&A 양상 및 규모와 관련, '점령군'인 페르노리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대규모라고 알려진 만큼 상당수의 직원들이 JBC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루카스 사장의 향후 거처도 정확히 결정된 게 없다.
루카스 사장은 "퇴직자 선별은 노조와 협의를 통해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얼마전 고용안전협약서를 체결한 이후 회사 분위기가 많이 편안해졌다"고 전했다.
■슈퍼프리미엄 위스키 전쟁 가열
한편 JBC의 '임페리얼 21' 출시로 슈퍼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에 불붙고 있는 '21년산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디아지오가 지난 11일 '윈저 21'을 출시한 데 이어 JBC도 '임페리얼 21'을 출시하며 맞불작전을 놓은 것. '임페리얼 21'은 가짜 방지를 위한 키퍼캡과 함께 넘기기 부드러운 맛과 깊은 향을 가진 것이 특징. 이로써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 21', '발렌타인 21'과 함께 4강구도를 그리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디아지오는 여성적인 이미지의 브랜드 전략을 전개한 반면 JBC는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며 "현재 둘의 전적이 1승1패로 21년산 위스키의 향배에 따라 승패가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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