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냉연·강관업체들의 열연강판(핫코일) 조달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그동안 사업상 관계를 고려해 포스코나 일본산을 구매했으나 가격차가 워낙 심한 데다 3·4분기 적자로 돌아선 후 중국이나 제3국으로 구매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산 핫코일(고로재 기준)이 t당 42만원(420달러) 수준인 데 비해 일본 JFE스틸이나 포스코는 각각 50만원(500달러), 55만원으로 10만원 내외의 가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강관 A사는 중국산 핫코일 구매를 위한 협상을 최근 타결했다. 정확한 공급 규모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가격은 t당 350달러(미니밀재)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사 고위관계자는 “해외로부터의 원자재 구매 확대에 대해 업계에서 어느 정도 공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포스코 경영진도 미니밀 핫코일 등 범용재에 대한 밀어내기식 마케팅을 하지 않도록 사내에 지시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A사는 3·4분기 고가에 확보한 원자재를 통해 만든 강관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또 다른 강관업체인 B사 관계자는 “상반기 확보한 원자재의 재고도 아직 남아있어 원자재의 추가 구매에 적극 나서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포스코 핫코일과 중국산의 가격이 18만원 이상 차이가 나면서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구매욕구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미니밀 열연코일에 대해 t당 53만5000원으로 가격을 내린 바 있다.
동부제강도 일본 JFE스틸로부터 공급받던 핫코일 물량을 1만t 이내로 줄이고 중국산이나 제3국으로 대체했다. 특별한 규격이나 재질의 냉연강판을 제외하곤 일본산 핫코일 구매를 거의 중단한 셈이다.
철강경기 악화 속에서도 국내 철강업체들은 안정적인 원자재 조달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구매물량 축소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핫코일 수입은 일본산이 14만1269t으로 전월 대비 5.3% 감소한 반면 중국산은 12만2078t으로 4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산 수입이 월 수백t에 그치던 것에서 4000t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 10월까지 누적 수입에서도 지난해 수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던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냉연·강관업체들이 포스코나 일본산 핫코일의 구매를 줄이면서 핫코일 조달국이 다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hwani9@fnnews.co 서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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