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합법화돼 시공중인 발코니 확장공사 현장에선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발코니 확장 전면 합법화가 오히려 또 다른 불법을 대량 양산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입주를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는 아파트까지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화재 대피공간과 방화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었고 지난 92년 이전 아파트는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의무사항인 구청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역삼동의 R아파트. 입주를 시작한 지 2개월가량 지난 이 아파트에는 집집마다 발코니 확장과 인테리어 공사를 하느라 연일 소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들이 견본주택으로 만든 ‘구경하는 집’ 어디에도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화재 대피공간이나 방화 시설을 갖춘 곳은 없었다.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라면 모를까 입주하는 아파트는 화재 대피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설사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수십만가구에 이르는 것을 어떻게 감시할 것이냐”며 오히려 정부의 지침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불법을 조장하는 배짱을 보였다.
이 아파트 조합에 따르면 전체 1050가구 중 약 60∼70%가량이 이같이 화재 대피공간이 없는 발코니 확장공사를 했거나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교통부 건축기획팀 관계자는 “양방향으로 피난할 수 있는 계단을 갖춘 복도식 아파트 일부를 제외한 계단식 아파트에서는 발코니를 확장할 때 4층 이상이면 대피공간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준공 이전에 건설사가 일괄적으로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에는 사업계획변경승인 등을 통해 통제가 가능하지만 준공검사를 마친 입주 아파트는 현실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해 발코니 설치에 대한 감시가 어려워 대량 불법이 이뤄지더라도 적발이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역삼동 아파트 역시 지난 10월26일 준공검사를 받은 상태여서 입주민들이 개인적으로 발코니를 확장하고 있어 정부의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더구나 지역난방인 이 아파트의 경우 열효율 감소를 우려해 조합이 발코니 확장때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엑셀파일’을 이용한 난방공사 역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건교부가 발코니 확장을 허용하면서 구조안전에 대한 확인을 받아 관할 구청에 신고토록 한 92년 6월1일 이전 입주 단지의 발코니 확장도 신고절차 없이 불법으로 자행되고 있었다.
목동 신시가지아파트를 비롯해 90년대 이전에 입주한 아파트가 대거 몰려 있는 양천구의 경우 발코니 확장 허용일 이후 지난 23일까지 구청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천구청 부동산정보과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에 대한 문의전화는 종종 오지만 정작 신고를 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창동, 쌍문동, 방학동 등에 90년 이전 입주아파트가 대거 몰려 있는 도봉구의 경우도 해당 구청에 지난 23일까지 ‘발코니를 확장하겠다’고 접수한 신고건수는 전무했다.
한 대형 인테리어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화재안전시설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설치 요건이 현실에 적용하기도 어려워 기존주택의 발코니 확장때 실제 쓰여지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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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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