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특수요. 하루에 한명도 안찾아옵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장훈 사장(43)은 개강특수를 찾아볼 수 없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대학들이 개강을 앞두고 있는데도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구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개강을 앞두고 있지만 하루 계약 건수는 말할 것도 없고 한달에 3∼4건 하면 많이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통상 신학기 수요로 대학가 인근 원룸과 오피스텔의 거래가 활발하다는 2월. 하지만 요즘 서울시내 주요 대학 인근 원룸촌은 썰렁하기만 하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원거리 통학’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서울시내 원룸과 오피스텔이 과잉공급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대학이 몰려있는 신촌 지역은 실평수 7평짜리 원룸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40만원 안팎이면 구할 수 있다. 이 시세는 외환위기 이후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벼워진 부모님 호주머니 사정을 고려, 원룸이나 오피스텔 대신 부담이 적은 하숙이나 고시원을 택하고 있어서다. 부모들 역시 경기침체로 자녀가 독립해 사는 것을 기피하면서 대학가 인근 원룸 수요가 많이 줄었다.
지난해까지 원룸에 살았던 김모씨(21·여대생)는 “월세 35만원과 관리비 5만원, 생활비 50만원까지 합쳐 매달 100만원 정도를 집에서 가져다 썼다”며 “하지만 부담이 너무 커 올해 초 부모님이 있는 경기 성남 분당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내 대학가 원룸과 오피스텔 수요가 주는데도 공급은 꾸준히 늘었다. 외환위기 이후 대학 인근에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한 원룸과 오피스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지난해 서울시내에 공급된 오피스텔은 28곳 4446실. 지난 2004년에는 3만2980실에 달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원룸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방’들이 서울시내 곳곳에 들어선 셈이다. 동대문구 이문동 외대 인근에서 7년간 원룸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주모씨(48)의 경우 원룸 총 8개 중 2곳만이 현재 입주해 있는 상태다. 주씨는 “원룸이 주변에 많이 생겨나면서 지금은 방이 넘치는 상황이지만 외대나 경희대 학생 수는 예전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시촌은 원룸과는 사정이 다르다. 취업난으로 고시나 공무원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고시촌 방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손모씨(27)는 “취직이 어렵자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특히 요즘은 방학기간 특강이 있고 각종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이곳 모든 방들이 꽉 찬 상태”라고 전했다.
신림9동 천일공인중개사 이충열 대표는 “방이 나오면 바로 문의가 들어오고 바로 나간다.
방이 없어서 못 구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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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사진설명=오는 3월 개강을 앞두고 있음에도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으로 서울시내 주요 대학가 원룸촌은 방을 찾는 발길이 한산하기만 하다. 한 대학가의 게시판에 원룸 정보가 잔뜩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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