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노정용기자】조각가 이용덕(47·서울대 교수)이 일본-베이징-마카오-상하이-대만으로 이어지는 잇단 아시안 투어로 아시아의 대표작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겨울연가’, ‘대장금’ 등 한국 대중문화의 한류(韓流) 열풍이 일본과 중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그는 ‘착시 조각’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창조해 순수예술 분야의 한류를 주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착시 조각’이란 음각을 표현하면서도 양각을 보여주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조각으로서 작가 이용덕이 개척한 미술의 새로운 장르다. 때문에 그의 조각 작품은 사진으로 보면 보통의 양각 조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푹 들어간 음각 조각으로서 입체감과 동적인 효과를 동시에 드러낸다.
지난 2003년 일본의 카소갤러리에서 중국 작가들과 함께 공동전시회를 펼쳤던 그는 지난해 베이징 중국미술관전(11.23∼12.15)과 지난 4일 개막된 마카오 예술박물관전(3.4∼5.28)에 이어 오는 11월 상하이전과 2007년 3월 대만전이 잇따라 개최될 예정이다. 베이징과 마카오 전시회에서 보듯이 그의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한국에 이렇게 훌륭한 조각가가 있었느냐’며 연일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표화랑(대표 표미선)의 협찬으로 이번 전시회를 연 마카오예술박물관의 응바이밍 관장은 개막전을 둘러본 후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마카오에서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조각을 볼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착시 조각’을 통해 음(陰)과 양(陽), 허(虛)와 실(實)의 전통적인 동양사상을 잘 드러낸 독창적인 예술세계가 특히 인상적이다”고 평가했다.
마카오특별행정부는 최근 23개에 달하는 카지노산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미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 게임을 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유흥을 넘어 순수 문화를 향유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마카오예술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용덕의 그림자 깊이전’에는 마카오 인구가 48만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지난 5일 열린 작가 세미나에는 예정시간 두 시간을 훨씬 초과하며 이용덕의 ‘착시 조각’ 세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스쳐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해 모델의 배경을 지우고 인체의 세밀한 부분을 걸러내고, 최소한의 윤곽만 남깁니다. 사실 텅 비어 있지만, 가만 보면 세밀한 옷의 주름까지도 살아 있기 때문에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동양사상을 형상화시키는 작업입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마카오 전시는 작가가 지난 5년동안 창작한 28종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그림자 조각인 ‘허물벗기’는 관람객들이 작품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암실에서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기계가 빛을 발사한 후 형광색의 벽에 그림자가 남는다.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어둠 속에 남은 부동자의 그림자가 나인가, 아니면 또다른 누구인가를 묻는다.
“이제 미술 한류를 향한 첫 걸음을 뗀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통해 커다란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커다란 수확이라면 수확입니다. 마카오와 이웃한 홍콩에서까지 관람객들이 몰려와 중국이나 마카오와는 다른 한국의 미술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 인상적인 조각 작품과 함께 ‘대장금’의 한류 덕분에 작가 이용덕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계로 그 열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
noja@fnnews.com
■사진설명=지난 4일 마카오예술박물관에서 개막한 ‘이용덕의 그림자 깊이전’에서 조각가 이용덕이 ‘착시 조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