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를 부를 때는 언필칭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지중해의 낙원’ 등의 관형어가 얹혀 진다. “말뿐이겠지”라며 의구심을 지닌 채 아드리아해를 찾은 이들조차 한편의 명화같은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크로아티아는 이런 ‘아드리아의 미학’이 집대성된 곳이다. 아드리아해 관광의 필수코스인 달마티아 지방이 크로아티아의 영토다. 달마티아는 아드리아해 연안을 따라 600여개 섬들이 독특한 향취를 뿜어내고 있는 지역이다. 해안 지방의 길이만 1780㎞에 달한다.
달마티아를 방문하려면 지리상으로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곳이 바로 스플리트다. 인구 20만의 항구도시 스플리트는 두브로브니크와 함께 ‘관광대국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양대도시다. 스플리트는 달마티아의 관문답게 관광객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화려한 해안 위에 펼쳐진 예술과 문명의 상징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고대 유럽으로 시간여행을 온 것만 같다.
■고대 로마의 재현, 역사가 살아 숨쉰다.
크로아티아의 ‘호적상 나이’는 열다섯 살이다. 옛 유고 연방에서 지난 1991년 독립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도 이런 크로아티아를 신생국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진짜 나이’는 이천 살 이상이다.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스플리트는 이런 크로아티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도시 곳곳에 있는 상당수 건물들이 1700년 이상 세월의 풍파와 싸워 살아남은 유적들이다. 스플리트가 ‘여정상 들려야만 하는 도시’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오클레시아누스 궁이 대표적인 장소다. 이 궁전은 4세기 로마황제 디오클레시아누스가 콘스탄티누스 대제에게 황위를 물려주고 10년 넘게 은거하다가 세상을 떠난 곳이다. 로마황제의 별궁인 셈이다.
처음 궁을 접한 이들이라면 한 가지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4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궁을 어디서부터 둘러봐야 하는지 난감한 것이다. 이런 이들을 위해 좋은 코스를 추천한다.
궁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바다를 향해 있는 ‘마리팀(바다)’이란 문이 하나 보인다. 이곳을 통해 궁안으로 들어가자.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 상인들이다. 마리팀은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로 늘 북적거린다. 진귀한 물건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두눈 크게 뜨고 지나가야 한다.
궁의 중심으로 향할수록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가 짙어진다. 식당가인가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식당을 찾아 두리번거려도 헛수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 대부분 식사를 준비하는 민가에서 새나오는 냄새이기 때문이다. 과거 황제의 거처였던 궁은 현재 3000여명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마을로 변했다. 이런 ‘미각의 고통’을 이겨내려면 식사 시간을 피해서 궁을 찾는 수밖에 없다.
스플리트의 동북쪽에 위치한 살로나 유적지는 휴식을 취하는데 안성맞춤이다. 고대 유적지가 삼엄한 경계로 출입이 종종 통제되는 데 비해 이곳은 주민들과 함께 한다. 유적지 바로 옆에서 농민들이 재배하는 감자밭·포도밭을 발견할 수 있다. 유적지가 주민들의 일상에 녹아있는 것이다.
트로기르는 13세기의 복원판이다. 당시 유행했던 로마·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1240년 지어진 성 로렌스 성당은 로마 양식의 완결편이라고까지 불린다. 유네스코가 지난 1997년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킨 것도 당연한 수순. 그래서 트로기르를 ‘달마티아의 작은 보석’이라 부르기도 한다.
■흐바르, 브라크, 코르출라, 섬으로의 여행
아드리아 연안에 흩어져 있는 수백여개의 섬들은 달마티아의 백미다. 600여개 섬들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3곳을 추려봤다.
미국의 여행전문지 ‘트레벌러’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섯 섬 중의 하나가 흐바르다. 밤의 축제로 연일 불야성을 이루는 한여름도 좋지만 더위가 한풀 꺾인 9월 방문도 괜찮다. 한적한 데다 각종 공연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맘때쯤이면 세계 유명 음악가들이 이곳에 와서 공연을 벌인다. 15세기에 만들어진 극장, 수도원, 정원 등 섬에 산재한 볼거리를 둘러보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스플리트에서 출발하는 페리선을 타면 도착한다.
스플리트에서 배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브라크는 달마티아 해변에서 가장 큰 섬이다. 폭이 12㎞, 길이가 40㎞에 달해 섬이라기보다는 대륙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크기 외에도 돌이 깔린 보도, 실편백 숲, 양 치즈 등으로 유명하다. 특히 생 니콜라 절벽은 해질녘 산책코스로 일품이다.
코르출라는 마르코 폴로가 태어난 섬이다. 마르코 폴로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했듯이 현대 문명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에겐 ‘최고의 섬’일 듯 싶다. 달마티아의 다른 섬들보다 훨씬 전원적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걸작들이 다수 전시된 애비궁은 꼭 들려봐야 한다.
■달마티아 즐기기, 이것만은 꼭
달마티아 해변에는 바위와 성게가 많다. 맨발로 해변을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플라스틱 신발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트로기르에서 물놀이를 하려면 인근 섬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내륙 해안에는 사람들로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조금만 들어가면 드르베니크 말리, 드르베니크 벨리에 닿을 수 있다.
두 섬은 모두 지상낙원이라 불릴만큼 아름다우며, 드르베니크 말리에는 이 지역에서 찾기 힘든 모래사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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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사진설명=스플리트엔 1700년 이상 된 건물들로 가득하다. 특히 디오클레시아누스 궁은 로마황제의 별궁으로 사용됐던 곳으로 지금도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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