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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주공 청약 첫날 접수장]경쟁률 문의등 눈치작전 치열



“청약저축금을 190회나 부었어요. 분양물량이 많지 않아 아무리 납입횟수가 많아도 (떨어질까봐)불안해서 인기 높은 곳에 청약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주공 분양아파트 청약자)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주공아파트 청약접수 첫날인 29일 오후 현장 접수처인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탄천종합운동장 접수장에는 눈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눈치작전 ‘대입원서’ 방불

5년 이상 무주택에 1200만원 이상 납입한 성남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이날 청약창구 앞에서는 신청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당첨확률과 청약단지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대입원서’ 접수 때와 같은 눈치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이날 현장 창구의 청약접수는 예상보다는 차분히 진행됐다. 오전 9시 이전에 이미 100여명의 청약자들이 몰려 9시30분 시작 예정이었던 청약접수를 주공측이 30분 앞당겼지만 이후엔 안정을 찾아 꾸준히 100∼1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청약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성운기 주공 경기지역본부장은 “청약 열기로 혼잡이 예상돼 금액별, 평형별, 블록별로 나눠 47개 블록을 만들어 접수창구를 마련했다”면서 “72명의 직원을 투입해 원활히 진행되도록 했기 때문에 커다란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았지만 청약 열기는 뜨거웠다. 처음부터 자신있게 계획대로 청약에 임하는 소신파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동정을 살피면서 신중을 기하는 ‘눈치파’들도 꽤 많았다.

임시휴가를 내 청약 창구를 찾았다는 김성민씨(39)는 “부동산에서 내 조건이면 어디든 가능하다고 했지만 공급물량이 워낙 적어 넣었다가 떨어지면 아무 소용없는 게 아니냐”면서 “결국 눈치작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망단지’ 관심 많아

안내를 맡은 한 도우미는 “청약신청자들 가운데 현재까지의 경쟁률을 물어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면서 “자신의 조건에 맞는 곳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청약접수장을 찾은 김현주씨(36)는 “분위기를 보고 청약은 집에 돌아가 인터넷으로 할 것”이라면서 “조건과 분양 물량이 너무 세분화돼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10년 동안 전매 금지 등 바뀐 제도에 대해 다시 분통을 터뜨리는 청약자도 많았다. 청약저축을 180회 이상 불입했다는 장민석씨(60)는 “분양을 받아도 10년 동안 전매를 금지하라고 해서 영 찜찜하다”면서 “당첨된다면 상황을 봐서 전세를 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 청약을 준비한다는 한 50대 여성은 “얼마 전까지 집값 쌀 때 전세 빼서 조금 보태면 집을 살 수도 있었지만 판교에 입주하려고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며 “하지만 집값이 비싸져 사지도 못하고 제도가 바뀌어서 임대를 받아도 10년 후 분양 전환해서 팔아야 하는데 수익을 별로 남기지 못해 답답하다”며 울먹였다.

청약 현장 주변에는 이동식 중개업자, 이른바 떴다방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청약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을 붙잡고 “자산 상담을 해 주겠다”며 “전매가 금지돼 있지만 방법이 있다”며 명함을 건네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현장·인터넷청약 순조

청약 첫날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 인터넷 청약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주공의 정진갑 정보관리실 부장대우는 “30분 만에 모델하우스 실시간 접속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며 “모델하우스의 경우 분당 10만명 접속, 인터넷 청약은 분당 2000명이 접속해 작업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킹 발생을 대비해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등 외부기관과 공조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현재 인터넷을 통한 청약접수는 분양 529명, 임대는 421명으로 총 9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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