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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섬에서]강구연월문동요/이인욱 정치경제부 차장



‘집권여당 사상 최대 참패’ ‘한나라당 압승’

이는 5·31 선거 결과를 일제히 보도한 국내 언론의 제목이다.

그야말로 이번 선거에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놀랐다.

이는 정당을 선택하는 비례대표 광역의원 투표에서 한나라당이 사상 최대 표 차인 600만 표나 앞섰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나 여야가 팽팽한 접전을 벌여온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35% 이상 앞서는 등 수도권이 오히려 영남과 함께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부상했기에 더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의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통합보다는 배제의 리더십을 지향한 데 따른 국민의 실망감을 꼽고 있다. ‘개혁 피로감’에 따른 국민여론의 보수화 등도 한몫을 했다는 게 공통의 진단이다.

고려 중기 이곡 선생은 그의 시문집인 ‘가정집’에서 “천명은 지혜로 구할 수 없고 민심은 힘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당은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또 조선 중기 문신 이준경 선생은 그의 ‘동고집’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민심을 얻는 것보다 더한 게 없고 치세에는 민심을 순하게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게 없다”했다. 여당은 대선 준비가 아니라 떠난 민심을 찾고자 하는 ‘민생정치’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번 결과는 결코 여당에 대한 심판이지 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나 성원이 아니기에 한나라당은 더욱 고민해야 한다. 특히 한나라당은 A E 스티븐슨이 195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면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라를 통치하는 일이다. 그것이 정당에 주어지는 시험이다”고 한 뜻을 새겨 볼 시점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 선거철마다 국민을 표로서 보기에 앞서 언제나 민심을 두려워하고 떠받들면서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의 ‘백성의 음성은 신의 음성이다’는 메시지를 기억해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다. 또 국민은 여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을 펼치는 정당을 선택할 뿐이다.

국민은 강구연월을 이뤄낼 수 있는 정당과 함께 콧노래 부를 수 있는 바로 그날, ‘강구연월문동요(康衢煙月聞童謠)’의 그날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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