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전문회사 K옥션 김순응 대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미술시장 최고의 전문가인 그가 다시 큰 일을 벌인다. 프러포즈는 기업을 향했다. 기업이나 기관, 미술관을 겨냥해 100호 이상 대작 ‘큰 그림’을 경매한다.
지난 4월 ‘종이작업-판화경매’가 낙찰률 93%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경신하면서 자신이 붙었다. 판화 경매가 개인들을 위한 대중화의 시발점이었다면 오는 21일 실시되는 ‘큰 그림 경매’는 기업을 위한 대중화의 첫 걸음이다.
김대표는 우리나라 미술시장도 15년간 긴 침체기의 바닥을 치고 오르막을 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때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왜 기업의 동참을 외치는가. “화랑마다 큰 작품이 재고로 쌓여 있다. 기업들이 작품을 사주지 않으니까 소품 위주의 예쁜 작품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가정용 개인 소장가에게만 의지하는 미술시장은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김대표는 “새로운 창의적인 노력에 힘을 기울이는 젊은 작가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결국 빠르게 변모하는 국제 미술계의 시류에서 도태되게 마련이고 ‘제2의 백남준’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비디오 설치작품 등 현대미술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미디어 분야의 작품에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백남준의 설치, 비디오 작품처럼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들도 판매가 이뤄져야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며 미술시장의 미래가 밝아진다”고 김대표는 믿는다.
우리나라 기업은 선진국과 달리 미술품 컬렉션에 무관심하다. 김대표는 “미술품이 기업의 이미지 제고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직원들의 근무환경 조성은 물론, 마케팅 투자나 자산관리 측면에서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한 인식이 덜 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레시브’라는 미국 자동차 보험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인 피터 루이스는 회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심하다가 ‘미술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데 착안하고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여주기 위해 미술품 구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현재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100위 안에 드는 회사다.
“피터 루이스는 주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했어요. 이후 회사는 독창적인 상품을 봇물처럼 쏟아내며 세계적인 회사가 되었고 세계 유수기관에서 뽑는 가장 경영을 잘하여 근무여건이 좋은 회사로 매번 선정된다”고 예를 든 김대표는 “미술품은 기업이미지 제고는 물론 수익성 높은 자산으로 평가되며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 예술마케팅 등 기업경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앞으로 기업들이 미술품 컬렉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창작에 임하는 작가들의 자세가 달라질 것이고 작품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작품을 사면서 주변의 부정적인 시각이나 눈치를 살피는 미술시장의 그늘진 모습을 이젠 새로운 블루오션 투자시장이라는 양지로 끌어내야 할 시기다. 미술시장이 세계적으로 호황이다. 정부도 미술시장을 위해 여건을 조성했다. 10여년을 끌어오던 미술품 양도차액에 대한 과세를 포기했고 지난해 6월 법인세법을 개정하여 기업에서 구입하는 미술품을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보험회사에서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지금이 바로 기업 경영을 위한 미술품 구입의 적기입니다. 기업 경영의 돌파구를 미술품에서 찾으십시오.” 김대표가 기업에 던진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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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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