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전시회에 동업자들만 잔뜩 와서 보고 가는 것 별로 안좋아했어요. 하지만 이번 전시는 좀 달라요. 40년 사진 찍으면서 이렇게 큰 전시를 해보는 것이 처음이고 ‘사진이 이만큼 왔구나’ 하는 걸 후배들도 와서 느끼면 좋겠습니다.”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지난 17일부터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있는 사진작가 주명덕(67)은 주변 사람들이 ‘회고’전은 ‘곧 현역에서 해고되는 해고전’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40년 사진인생을 소개했다.
아트선재 개관 후 가장 많은 가벽이 설치됐다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그는 4월말 막힌 심장혈관 3곳을 뚫는 큰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잘됐다는 의사의 말에 퇴원하자마자 전시 준비에 매달리다 쓰러지기도 했다. 그가 어렵게 골라낸 사진들을 700평짜리 대형 전시공간에 거는데만 꼬박 닷새가 걸렸다.
스물셋에 시작한 사진을 40년이 넘게 계속하면서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1세대로 불리는 작가 주명덕. 66년 홀트씨 고아원의 혼혈아들을 소개한 그의 사진전은 한국 사진사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출발을 알린 전시로 손꼽힌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전통, 사람들이 지난 순박한 마음을 사진을 통해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세대들에게 남겨보려는 작업을 합니다.
”
이번 전시에서 풍경·다큐멘터리 사진을 비롯해 그가 찍은 문화계·연예계 인물 사진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한국 사진의 선구자 임응식, 그가 가장 좋아했던 피사체였던 배우 오수미를 비롯해 탤런트 김혜자·고두심·차화연·김미숙·배두나, 소설가 김동리·이호철·손창섭·신경숙, 시인 서정주·김지하, 화가 박고석, 성철스님, 법정스님 등의 젊은 시절이나 생전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명덕 회고전은 오는 10월31일까지 계속된다. (054)745-7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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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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