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나에게 ‘공부를 단단히 챙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그 말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할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함께 고추 따던 날, 농사짓는 일이 얼마나 힘든 가를 온몸으로 느꼈고 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할아버지와 농민들의 어려운 마음을 새기는 좋은 기회가 됐다. 특히 농사와 인생도 지극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만큼 수확할 수 있다는 고추밭에서 얻은 그 날의 교훈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도 할아버지의 농사처럼 공부도 ‘단디 챙겨서’ 부지런히 밭을 갈고 열심히 씨를 뿌리고 정성껏 가꿔서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 인생의 농사를 지을 것이다.
지난해 휴가 기간이 끝난 뒤 농림부가 주관한 ‘농촌체험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강원도 횡성 민족사관고등학교 1학년 백찬웅 학생의 이야기다.
‘나는 농촌 체험을 통해 세 가지를 얻었다. 첫번째는 일하고 난 뒤에 먹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두번째는 농촌체험은 가족의 화목과 함께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리고 세번째는 로또복권 1등 당첨보다 더욱 가치가 높은 선물이다. 바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행복한 사람이라도 느낄 수 없는 행복을 나는 농촌 체험을 통해 얻었다.
중등부 금상을 받은 서울 대신중학교 3학년 조용한 학생이 농촌체험으로 얻은 세 가지다.
여름휴가는 매우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 선택이다. 바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과 생활의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휴가를 잘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돈이 많이 드는 해외여행, 수많은 인파에 치여 불쾌함만 남은 ‘체증 휴가’의 씁쓸한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올 여름 휴가를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 망설이고 있는 국민들께 ‘우리 농촌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권한다. 일단 ‘농촌에서의 휴가’는 여느 휴가와 다르다. 보통 휴양지에서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지 않지만 농촌체험 마을은 온 가족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향의 정취에 즐거운 놀이가 더해지는 것이다.
혹시 농촌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창에 ‘농촌관광’을 쳐보면 바로 농촌관광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휴가 중 불편 해결을 위해 콜센터(1577-1417·080-500-8579)도 운영한다. 전국 200개 농촌마을의 체험 프로그램과 마을별 특징이 수록된 소책자와 지도 8만4000부를 제작, 배포한다.
우리 농촌은 이미 휴가철 도시민의 방문에 대비해 농촌체험마을 현장점검 등 휴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으며 65개 마을은 정부의 지원하에 체험 중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한 보험까지 가입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휴가 시즌이 끝난 뒤 체험마을 대표와 방문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농촌을 찾은 방문객 수는 2004년보다 23% 증가했다. 또한 불편하고 재미 없을 것 같은 농촌체험 관광객 10명 중 8명 이상(82%)이 ‘다시 오고 싶다’고 희망했다.
미국, 일본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농촌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정착돼 있다. 우리도 건전하고 알찬 녹색휴가로 새로운 여가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옛 고향의 향수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전통문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곳, 세대가 서로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곳, 바로 우리의 농촌이다.
여름휴가를 농촌에서 보낸다면 농산물 시장개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의 소득 향상에 큰 보탬이 되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고향 같은 농촌에서 건전하고 알찬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농촌을 찾는 도시민을 맞이하는 농업인의 손은 거칠지 모르지만 넉넉한 인심 환한 미소와 함께 농촌에서 보내는 휴가는 휴가 그 이상의 것을 안겨 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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